대선에 즈음하여 각 당과 후보가 매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공약 자체는 물론이고 TV토론을 하면서 내놓는 각종 선심성 공약을 보면서 답답함을 가눌 길이 없다. 대통령 선거와 같이 국가의 기본골격을 다루는 경우는 물론,통상적인 경우에도 국가정책은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문제를 총체적으로 제대로 짚어야 하고,둘째 내용이 합리성을 가져야 하며,셋째 각 공약이 실현가능해야 하며,넷째 공약간에 일관성이 유지돼야 하며,다섯째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절한 정책수단이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 공약이 충족시켜야 할 조건을 이상과 같이 정리한다면,최근 각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은 모두 문제가 있어도 보통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 발전의 계기로 삼느냐와 어느 방향으로의 변화가 바람직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올바르게 규정짓고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대선후보들이다. 그런데 각 후보의 공약을 보면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표명은 없거나 약하며,이러한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흔적도 발견하기 힘들다. 주위의 브레인들을 총동원해 각 후보가 쏟아낸 공약의 내용은 엄청나다. 문제는 각 분야의 구슬들이 잘 꿰어지지 못한데 있다. 많은 공약을 한다고 해서 국가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어떠한 우선순위에 따라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할 때 국민은 방향감각을 가지며,국민이 방향감각을 가져 협조할 때만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공약간에 일관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아 공약이 약속대로 추진됐을 경우 그 결과는 현재보다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각 후보가 표방한 공약을 전부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출규모를 현재보다 몇배는 더 늘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보면 세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엄청난 재원의 부족이 쉽게 예상되는 데,부족되는 재원은 각 당 후보자가 자신의 사재를 팔아서 충당하겠다는 말인가? 각종 이익집단의 요구에 대선주자는 포로가 돼 있다. 개개 이익집단은 기본적으로 각기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문제를 보고 요구하기에 이익집단의 입김이 거세고 이익집단이 위력을 발휘할 때 국가전체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국가의 위기까지 초래된다. 사안이 이러한데도 각 후보의 공약을 보면 각종 이익집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경우가 매우 많다.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정치력을 발휘해 이익집단의 요구를 국민전체의 이름으로 억누를 수 있어야 하는데 표를 의식해서 이익집단의 잘못된 요구를 자진해 수용하면서 국가의 장래를 그르치는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각 후보가 표방하는 공약에 문제가 많은 것은 다름아닌 우리국민의 의식과 정치행태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지도자들을 두고 거의 매일 욕을 하고 있지만,우리국민의 수준이 그러니까 정치지도자들의 수준도 기대 이하이다.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각종 비난은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는 비난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겠다. 우리 국민들의 판단력은 정치권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정확하다. 이러한 똑똑한 유권자를 염두에 둘 때 공약의 입안자는 다음 두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우리사회의 보다 근원적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 상대적 중요성을 우선순위를 제대로 매겨 제시하는 것이며,둘째는 단 공약보다는 쓴 공약을 제시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시혜적 공약을 남발한다고 해서 표가 모아질 수 없으며 모아져서도 안된다. 국민에게 우리가 처한 어려움과 문제를 분명히 제시해 인식시키고 문제의 해결에 솔선수범하면서 국민들이 분담해야 하는 고통을 제시해 협조를 솔직하게 요청하는 것이,어느 후보든 간에 그 후보는 당선이 된 후에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choik01@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