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이 세계 헤어미용 시장에서 격돌을 벌이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프랑스의 로레알을 상대로 2위와 3위인 독일의 웰라와 헨켈이 인수합병(M&A)이란 연합작전을 세우고 있다. 샴푸와 염색제품, 모발 영양제를 포함한 헤어제품 시장은 5년 전부터 연간 두 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염색제품의 신장세는 괄목할 만 하다. 머리색을 패션 액세서리로 생각하는 층이 넓어지며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한다는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머리 색깔 바꾸기는 남녀노소 구별없는 세계적 현상이다. 시장 추세가 그런 만큼 세계 3대 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세계 헤어제품 시장은 프랑스와 독일 기업으로 양분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로레알 그룹은 전문업체용 로레알과 마트릭스, 레드켄, 케라스타즈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헨켈은 파, 디아데르민, 페르실, 스바르츠코프 등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로선 프랑스 로레알이 앞서고 있지만 독일 두 업체 추격이 만만치 않다. 또 시장 점유율 2,3위가 합병을 하면 시장판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1880년에 설립된 웰라는 총매출액의 78%를 외국시장이 차지할 정도로 기업 역사만큼이나 해외 인지도가 높다. 더욱이 미용전문 시장 점유률이 높은 웰라와 일반 소매시장에서 강한 헨켈이 통합하면 로레알은 측면 공격을 받게된다. 이미 미용전문업계 시장 점유율은 로레알과 웰라가 막상막하 수준이다. 모건 스탠리 증권사가 미용업계의 보물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웰라는 오늘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파이요와 레네 가로 등 일반 화장품 브랜드를 매각하고 헤어제품 사업에만 주력했다. 고기능 신제품도 많이 내놓았다. 미용실을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도 파격적이다. 로레알의 본거지 프랑스 시장 담당 영업사원이 3백50명이나 된다. 웰라는 미장원 종업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염색 기술 연수를 실시하고 이들이 개업을 하면 염색 용구를 무료로 제공한다. 개업 미용실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고객과의 관계 강화 전략으로 지난해에는 프랑스 유명 미장원 프랜차이즈 쟈크 데상쥬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요즘 들어선 미국시장 최대 고객인 레지스를 통해 이 업체가 대주주로 있는 프랑스 최고급 미용실 체인 생트 알그와 루이 다비드까지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고급 미용실을 공략하면 나머지 시장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로레알은 두 업체의 인수 합병안을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웰라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 창업자 스트로이헬의 후손들이 헨켈의 45억 유로의 인수 제안에 아직은 흔쾌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헨켈이 인수가를 더 높이면 오래 전에 경영에서 손을 뗀 후손들이 아예 모든 지분을 정리해버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