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람회유치위원장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지금 국내에 없다. 지난달 22일 인도와 동남아 지역 출장에 나선 이후 20일이 넘도록 해외에 머물고 있다. 박람회 유치가 그만큼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행방은 알려진게 없다. 박람회 조직위원회와 현대자동차그룹 고위관계자 일부만이 그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박람회 유치전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그의 행선지가 외부에 알려졌다간 경쟁국들이 당장 강력한 견제에 나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박람회 개최지가 최종 결정되는 오는 12월3일 모나코총회 때까지 전 세계를 돌며 막바지 득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박람회 유치를 위해 16만km를 비행기로 이동했다. 지구 네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지난 2년간 방문한 나라만도 30여개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유럽국가는 물론 주요 '표밭'인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 등 전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정 회장은 올 2월에 카리콤(카리브공동체) 정상회의에 참석, 중미의 12개 회원국 정상 및 6개국 외무장관과 면담을 가졌고 5월에는 프랑스 그리스 루마니아 등 유럽을 순방했다. 7월엔 세계박람회 정기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프랑스 불가리아를 방문, 유치 활동을 펼쳤다. 9월엔 일본에서 표밭을 다졌다. 정 회장만 바쁜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단과 사장단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박람회 유치에 초비상이다.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유인균 INI스틸 회장,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은 이미 몇 차례씩 해외로 나가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 이들은 지난 2월 전원이 중미 벨리즈에서 열린 13차 카리콤 정상회의에 참석, 10개국 정상 및 6개국 외무장관을 만나 박람회 유치에 지지를 요청했다. 박 회장과 유 회장은 세인트루시아 아이티 바하마 가이아나 등 중남미 지역과 불가리아 몰타 등 유럽 지역을 이 잡듯이 뒤졌고 이 회장은 튀니지 모로코 등 아프리카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현대차 관계자는 "박빙의 승부라지만 승리의 여신이 결국 여수에 미소를 짓게 만들 것"이라며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88 서울올림픽을, 동생인 정몽준 대통령 후보가 2002 월드컵 축구를 유치한데 이어 정몽구 회장도 세계박람회를 유치해 '세계 3대 이벤트'를 한 가족이 유치하는 진기록을 남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