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부츠 머플러 가방 등 액세서리는 얼마 전만 해도 말 그대로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옷을 보조해 주는 기능, 보온성, 패션의 마무리 등을 위해 갖췄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액세서리 트렌드가 의상보다 앞설 정도로 역할이 커졌다. 유행하는 가방 스타일에 따라 옷 디자인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성들은 옷보다 비싼 소품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여성의 자존심을 높여주고 초겨울 추위도 막아주는 소품들. 주목받는 초겨울 액세서리를 살펴본다. # 롱 부츠 & 가죽 스타킹 발목 길이의 앵클 부츠를 즐겼던 도시 여성의 다리에 변화가 일고 있다. 무릎 아래 길이의 헐렁하고 여유 있는 실루엣의 스웨이드 부츠가 한창 각광받는가 하면 허벅지까지 섹시하게 달라붙는 '롱 롱 부츠'도 겨울이 깊어지면서 사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펜디에서는 가죽으로 만든 허벅지 길이의 스타킹을 선보이기도 했다. # 모자 귀를 덮는 러시안 스타일의 코사크 캡(Cossack cap), 벙거지처럼 처지는 손뜨개 니트 모자, 사냥할 때 쓰는 헌팅 캡, 헌팅 캡 모양과 비슷하지만 챙이 앞으로 약간 더 튀어나와 좀더 캐주얼한 맛을 풍기는 뉴스보이 캡 등 다양한 디자인이 나왔다. 특히 러시아의 코사크 기병들이 썼던 모자에서 유래된 코사크 캡은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만큼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아이템. 올 겨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핫 아이템중 하나로 꼽힌다. # 롱 머플러 빈티지 데님 재킷, 하늘거리는 시폰 블라우스, 섹시한 검정 톱에 두루 잘 어울리는 패션 액세서리는? 바로 한번 목에 휘둘러도 땅에 끌릴 정도로 길고 긴 롱 머플러다. 손뜨개 니트 이외에 촘촘한 기계 니트, 따뜻하고 가벼운 캐시미어, 광택이나 주름이 잡힌 실크, 고급스러운 모피 등 꽤 다양한 소재가 머플러의 원단으로 쓰였다. 이 소품을 가장 세련되게 즐기는 방법은 과감한 믹스 앤드 매치. 얇은 블라우스를 입었다면 두꺼운 실로 짠 로우 게이지 니트 롱 머플러를, 반대로 모직코트나 두툼한 스웨터에는 하늘거리는 실크 머플러를 곁들인다. 색상과 소재만 제대로 고른다면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지만 발목 길이의 롱 스커트나 벌키 스웨터와 어울리면 산만해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한다. 여러 번 둘러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도 좋지만 좀더 감각적으로 보이려면 한번 둘러 길게 늘어 뜨린다. # 호보 백 (Hobo Bag) 부랑자 룸펜 등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아무렇게나 묶어 어깨에 맨 듯 반달 모양으로 축 처진 디자인의 가방. 일명 거지 백이라고도 한다. 호보 백의 매력은 범용성이 크다는 것.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어떤 복장과도 잘 어울린다. 또 어떤 장식을 했느냐에 따라 에스닉부터 히피 스타일까지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번 추동 시즌에는 작은 것보다는 큰 사이즈가, 천보다는 가죽 소재가 인기다. # 프린지 백 (Fringe Bag) 이번 시즌 히피 룩을 세련되게 마무리할 디테일은 스커트 밑자락이나 숄 끝, 웨스턴 재킷의 소매에 사용되는 술(Fringe)이 그 정형. 에스닉이나 웨스턴 풍의 열기가 계속되면서 의상은 물론 백과 슈즈 벨트에까지 응용되고 있다. 특히 프린지 백의 인기가 높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모양을 달리하며 리듬감을 주는 프린지 백의 멋은 자유롭고 개성적인 패션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