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은 캐딜락을 타지만 다승왕은 챔피언 반지를 낀다'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격언이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9명의 3할타자보다도 확실한 에이스 투수를 보유하는 것이승리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줄곧 '최강 타선'으로 불렸던 삼성이 7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것은 허약한 투수력 때문이었다. 삼성은 80년대 이만수와 장효조, 90년대로 접어들며 양준혁과 이승엽 등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기라성같은 타자들을 거느렸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강렬한 인상을남겼던 투수는 전무하다. 오히려 야구팬들의 기억속에는 원년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맞은 뒤 그 해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OB 김유동에게 다시 만루홈런을 맞은 뒤 펜스에 쭈그려 앉아 눈물을 흘렸던 `비운의 투수' 이선희가 가슴 찡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절대 우세라는 평가속에도 두산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던 것도 역시 난타 당한 마운드 탓이었다. 삼성 마운드는 지난 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1-18의 대패를 당하는 등 6경기에서 무려 52점을 내줘 방어율 8.47의 오점을 남기며 우승컵을 두산에 넘겼다. 그러나 올 가을 삼성 마운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4실점(3자책)만을 기록해 방어율 1.00의 놀라운 성적을보이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는데 원동력이 됐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어 `벌떼 작전'을 펼치는 LG가 3차전까지 무려 15명의 투수를 동원한 반면 삼성은 8명의 투수만 투입해 마운드 운용에도 상당히 여유가 있는상태다. 삼성 마운드가 이처럼 달라진 것은 `원 투 펀치'와 마무리가 고정됐기 때문. 올 정규시즌에서 팀 방어율 3.92로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은 엘비라와 임창용이확실한 선발투수로 나서고 노장진이 뒷문을 책임지면서 전병호와 배영수까지 선발,중간 가리지 않고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타격은 믿을 게 못된다'는 그라운드의 격언속에 삼성이 한층 강화된 팀 마운드를 앞세워 한국시리즈에 맺힌 한을 풀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