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효과 의심스런 토지거래 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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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가 빠르면 이번 주말쯤 강북개발 예정지역을 포함한 서울과 수도권 일대 약 20억평 정도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이미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그린벨트지역 등을 포함해 수도권의 80% 이상이 땅을 사고 팔때 허가를 받아야 된다.
올들어 전국 땅값 상승률이 지난 91년 이후 11년만에 최고치인 6.5%를 기록했고 수도권의 경우에는 10% 안팎에 달하고 있으니, 정부의 이같은 강경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부동산안정 대책의 하나로 수도권에 또다른 신도시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자칫 땅투기가 걷잡을 수 없게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정책에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정책의 기본방향조차 오락가락하는 딱한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쪽에선 건교부가 땅값 상승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를 예고하고 있는 마당에,다른 한쪽에선 서울시가 새로운 개발 청사진들을 쏟아내는 바람에 땅값이 들먹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세부 시책에서 관계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는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올초 재경부와 건교부가 부동산안정 대책의 강도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는가 하면,얼마전엔 재산세 중과 방침에 대한 재경부와 행자부의 입장이 엇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에,그리고 광역지자체와 기초단체간에 판교지역 개발방향이나 아파트 재건축 규제에 대한 입장이 제각기 다른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허가구역 지정에 앞서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당장 기존 도시계획구역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허가구역에서 일률적으로 제외돼,기존 도시계획에 따라 이미 시가지로 개발돼 있어 기존 건물들을 헐고 재개발해야 하는 강북 뉴타운 예정지역의 경우 처음부터 땅값 상승 억제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주거지역은 54.5평,상업지역은 60.5평 이상 거래할 때만 심사대상이 되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토지를 분할해 거래하면 속수무책인데,실제로 강북 뉴타운 예정지역내 토지거래 단위는 대부분 10평대에 불과하다.
시민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는 토지거래 허가제까지 동원하고서도 땅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정부당국은 실효성 없는 규제조치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대규모 개발계획 추진을 지양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