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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영국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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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회는 여야가 마주 앉아 토론을 벌이는게 특징이다. 정치적인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린 정책을 놓고 토론을 하면서도 멱살잡이를 하는 일은 없다. 상대 의원에게 '명예로운''존경하는' 존칭을 붙이고 인격모독 발언을 금해 감정이 상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일 게다. 영국의회가 신사적인 '토론 민주주의'라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정치지도자의 산실인 옥스퍼드대에서 '토론'이 중요한 과목으로 인식되고,일종의 예술로까지 표현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영국의회는 심야회의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2시30분에 개의해서 오후 10시30분에 끝나며,금요일만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로 돼 있다. 그렇지만 연장이 가능해 실제로는 새벽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밤 늦도록 훤히 불켜진 웨스트민스터궁 의사당과 그 시간을 알려주는 의사당 탑 위의 큰 시계인 빅벤(Big Ben)이 영국인들에게 '희망'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렇듯 1백년 이상 토론과 심야회의를 해온 영국의회가 크게 변화될 모양이다. 한 마디로 "의회운영이 능율적이지 못하다"며 로빈 쿡 하원의장이 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의원들의 토론은 좋지만 지루하고 장황해 시간낭비가 많고,그 토론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주요 사안이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다는 게 쿡 의장의 지적이다. 그 개선안으로 질의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고,회의시간도 오전 11시30분에서 오후 7시30분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한다. 또 1백75일의 회기일수를 늘리기 위해 3개월이나 되는 여름휴가를 대폭 줄일 것이라고도 한다. 이 개혁안은 연설과 휴가는 짧게 하면서 남들이 일할 때 일하고 잘 때 자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금 일하는 시간은 옛날 의원들이 다른 직업을 가질 때 정해진 것이어서 의회 현대화에 대한 의원들의 호응이 크다는 소식이다. 해마다 정기국회 회기말이 되면 시간에 쫓겨 예산안 등을 야간에 무더기 처리하는 우리 국회가 영국의회와 대비돼 씁쓸한 기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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