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시장은 CEO들의 경영 각축장이기도 하다. 일선 영업맨들의 치열한 몸싸움 뒤에는 내로라하는 실력을 가진 CEO들이 버티고 있다. 경쟁사를 누르기 위해 사무실과 현장에서 펼치는 이들의 경영전쟁은 영업맨간 판매전쟁에 못지 않게 뜨겁다. 현재 한국시장에서 뛰고 있는 메이저 위스키 회사의 CEO는 6명으로 압축된다. 외국자본 회사 3명,국내자본 회사 3명이다. 위스키를 수입해 판매하는 중소업체들의 CEO가 많지만 이들 6명이 사실상 한국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 진로발렌타인스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 위스키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진로발렌타인스의 데이비드 루카스(David A.Lucas). 그는 영국의 얼라이드 도멕과 진로가 70% 대 30% 비율로 합작투자한 진로발렌타인스(주)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한국 땅을 밟은 이후 2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 CEO다. 그는 한국에 온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01년 위조방지용 장치를 단 임페리얼키퍼를 출시,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임페리얼 위스키를 빼고 위스키시장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대히트를 쳤다. 한국으로 오기 전 10년간 영국기업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몸과 마음의 한국화"를 경영지표로 세웠다. 그래서인지 부인이 한국인일 뿐 아니라 룸살롱과 폭탄주문화에도 아주 익숙하다. 그의 경영전략도 한국인의 특성을 대변하는 단어인 "빨리(QUICK)"이다. Q는 품질(Quality)를 뜻하며,U는 독특함(Unique),I는 신뢰성(Integrity),C는 일관성(Consistent),K는 한국화(Korea)를 의미한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 이천공장에서 전직원과 함께 막걸리 파티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에게는 신뢰를,임직원들에겐 단합을 강조해온 것이 1위 자리를 지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 디아지오코리아 루츠 드숌프 사장 루츠 드숌프 사장은 1998년 8월 두산씨그램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일본 기린씨그램 부사장을 지냈다. 그래서 아시아 술문화를 아시아인보다 더 잘 안다는 말을 듣는다. 주류 경력 15년을 자랑하는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앞으로 한국시장은 고급술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선보인 것이 윈저12와 윈저17년. 윈저17년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온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로 슈퍼 프리미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의 선경지명이 적중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디아지오코리아에 CEO로 취임한 뒤 직원들과 격의없는 자리를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직원들을 단합시켜야 판매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매월 직급별 지역별 직원들과 라운드테이블 간담회를 갖는다. 판매현장과 경영간의 간격을 줄이고 필요한 정책을 조기에 수립,시행하기 위해서다. 한국 주류도매상과 자주 만나 판매망을 견고히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올 겨울에도 그는 주판매처인 룸살롱을 오가는 현장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 두산주류BG 조승길 사장 지난 9월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 피어스클럽18을 출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두산의 주류사업 사령탑이다. 지난 98년 정리했던 위스키 사업을 재건하기 위해 피어스클럽18 판매에 매달려 있다. 지난 8월 두산주류BG 사장에 오른 그는 공격적인 판매전략으로 위스키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우선 새로 내놓은 피어스클럽18의 출고가를 2만9천4백80원으로 정해 경쟁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보통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의 숙성연령기준인 17년보다 1년이 더 오래된 술을 2만9천4백80원에 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광고전략을 펴 소비자들의 관심을 조기에 불러모으고 있다. 그가 주류BG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두산 영업조직에는 비상이 걸렸다. "악바리 조스"라는 별명대로 임직원들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영업조직에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되고 있는 것. 특히 피어스클럽18 판매를 서울 강남 룸살롱에 집중하는 전략도 그의 오랜 경험에서 나왔다. 위스키 시장을 외국자본에 다 내줘서는 안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 하이스코트 황도환 사장 하이트맥주 1백% 출자기업인 하이스코트는 요즘 신제품 랜슬럿을 알리고 판매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해오던 딤플의 판매권을 내년이면 경쟁사에 넘겨줘야 하는 데 따라 준비한 위스키가 바로 랜슬럿이다. 요즘 잡지 신문 광고에 랜슬럿 노출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 하이스코트의 운명을 여기에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총력전의 중심에 황도환 사장이 있다. 황 사장은 지난 7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이후 상무 전무 등을 거치면서 하이트맥주를 1위 맥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 지난 94년 딤플 사업에 일조한 게 인연이 돼 지난해 8월부터 하이스코트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하이트맥주 신화를 위스키 시장에서도 재현하기 위해 회사와 영업 최전선을 오가고 있다. 지난 9월 랜슬럿을 내놓은 후 그는 편안히 잠자리에 든 적이 없다고 한다. 외국회사들의 위스키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터에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일과중 룸살롱 등 업소를 훑고 다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후발주자의 CEO로서 몸으로 일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는 게 술시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 롯데칠성음료 이종원 사장 지난 97년말 스카치블루를 내놓은 이종원 사장은 원래 주류업계보다 음료업계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주류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이 사장을 주류 전문 CEO로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산 위스키로 내놓은 스카치블루의 대히트는 이같은 주위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99년 27억원,2000년 3백50억원,2001년 1천2백억원 등으로 매년 급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약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음료시장에서 갈고 닦은 품질전략,유통전략,광고판촉전략을 종합해 스카치블루를 팔았다. 특히 유통면에서 그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파고 들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권하게 하는 전략을 펴 대성공을 거뒀다. 주류도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공략법과 차별화한 시도였다. 유흥업소의 영업준비시각에 맞춰 직원들을 업소에 파견,종업원들의 일손을 도와주는 밀착전략을 폈다. 약 35만명을 끌어모은 무료시음회는 음료시장에서 따온 전략. 요즘엔 주력상품인 스카치블루인터내셔널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펴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