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시론] '국내 인재' 활용하자 .. 朴哲洵 <서울대 교수.경영학 >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우리 기업들은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자 전력을 기울인다. 해외에서 좋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재를 유치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국내 인재는 제대로 유치, 활용되고 있을까. 미국의 한 전력회사에 새로 취임한 CEO는 인사담당 임원에게 채용기준을 물어 보았다. 그 임원은 '전력회사란 젊은이에게 그리 매력있는 직장이 아니어서 아이비 리그(일류대학) 출신을 채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는 '일류대 출신을 채용해 봐야 곧 떠나고,결국 그들의 채용 및 교육에 투자한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없는,그래서 '전력사업'이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일도 기꺼이 하고자 하는 이류대 출신을 채용하는 데 주력한다고 했다. CEO는 새 인사담당 임원을 채용했다. '세계수준의 인재 없이 어떻게 세계수준의 기업을 만들 수 있는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영대 학생 중 얼마나 많은 학생이 한국기업에 취직하고자 할까. 5%를 넘는다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선호하는 직업 또한 의사, 판검사, 외국계 컨설팅사 또는 투자회사 사원, 변리사, 회계사 밑에 대기업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당사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대기업 근무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한국기업이란 앞서 소개한 미국 전력회사 이상으로 우수 인재들에게 자랑스럽지 못한 직장이다. 기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잘 나간다는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경쟁률이 2백대 1을 넘었습니다. 서울대 출신 지원자만 채용예정인원의 3배입니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우리는 필요한 인재를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우수한 인재가 이 기업에 지원했다면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IMF 이후 가중된 취업난으로 원하지 않지만 할 수 없이 지원한 경우와 그 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의해 지원한 경우다. 전자의 경우 원하는 직장으로의 전직을 끊임없이 시도하고,마침내 기회가 오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고민과 좌절을 거친 후 결국 떠날 것이다. 미국 전력회사와 마찬가지로 그 기업은 인재 채용 및 교육에 많은 비용만 치르고,그런 인재들은 똑똑하기는 하지만 충성심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낙인 찍고,다시는 그런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 '사람'이라고 믿는 기업은 그 기업에 관심 갖는 인재뿐 아니라 다른 곳에 관심 있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수한 국내 인재의 상당수가 국내 기업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인재 유치 노력의 10분의 1도 안되는 노력으로 국내 인재의 관심을 끌고 유치하는 것이 가능할까. 운이 좋아,또는 많은 노력을 통해 유치한 인재는 그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여건이 조성돼 있는가. 누구나 할 수 있는,그리고 기계 부속품 정도로 느낄 수밖에 없는 업무를 부여하고,자부심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일률적인 대우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선 현명한 인재라면 그 기업을 당연히 떠날 것이다. 이는 어렵게 유치한 해외 인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사회를 보자. 국내 대학의 많은 교수들은 해외 일류대에서 뛰어난 연구와 강의로 명성을 쌓은 분들이다. 그런 교수가 비교적 많다는 서울대의 경우 SCI 게재논문 기준 세계 44위를 했다고 한다. 외국 일류대에 비해 한국 최고의 대학이 월등히 떨어진다는 비난이다. 하지만 외국 일류대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강의,경영대의 경우 그들의 5분의 1도 안되는 봉급,과중한 행정부담,열악한 연구시설 및 연구비,도서관 장서수를 보라. 서울대 연구여건은 외국 초일류 연구대 여건이 아니라 '강의만을 위한 동네의 작은 대학(community college)'수준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서울대의 경쟁대상은 '초일류 연구대학'이 아니라 이들 community college인 것이다. 불충분한 국내 인재의 확보,그들을 좌절케 하는 열악한 업무여건…,오늘날 한국기업의 성과는 그야말로 '기적'이다. cpark@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남산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추억하며

      2022년 12월 31일. 남산의 힐튼호텔은 결국 문을 닫았다.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계단과 고풍스러운 브론즈 기둥,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천창에서 떨어지는 우아한 빛이 방문객을 조용히 감싼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인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호텔이다. 그는 스승의 건축사무실에서 12년을 함께 일하며 배운 것들을 서울의 땅 위에 새겨 넣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오직 비례와 빛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 힐튼호텔은 그의 대표작이다.우리가 힐튼호텔을 기억하는 이유가 천창의 빛과 아름다운 계단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공간이 가진 고요함과 품위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조금씩 사라져가는 힐튼호텔을 바라보며,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떠올렸다. 이 영화 역시 한 호텔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영화는 네 겹의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한 소녀가 묘지에서 작가를 추모하고, 그 작가는 자신이 젊은 시절 방문한 한 호텔의 노인(제로)을 추억하고, 그 노인은 구스타브와의 일화를 회고하며 그리움을 드러낸다. 소녀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제로로, 제로에서 구스타브로 기억이 기억을 끌어내는 구조다. 이 구조로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선언한다.산 위에 당당히 선 분홍빛 호텔. 누구나 한 번쯤 묵고 싶은 그곳,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이다. 그러나 곧바로 36년 뒤의 모습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제는 몇몇 단골만 찾을 뿐인 쇠락한 호텔을 방문한 작가는 손님 한 명 없는 로비에 홀로 앉은 노인 제로에게 말을 건다. 제로는 젊은 작가의 관심이 반가웠는지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한다.

    2. 2

      [천자칼럼] 北의 '권총 정치'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 권력과 세속 군주권을 ‘두 자루의 칼’에 비유한 양검론(兩劍論)이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유럽 각국 군주들이 “세속의 칼은 영적인 칼에 종속되지 않는다”며 자기 몫을 챙기는 과정에서 정·교가 분리된 근대국가로 가는 길을 열었다.‘누가복음’에 나오는 칼과 관련한 구절을 인용해 권력을 검이라는 무기로 선명하게 시각화한 점이 중세 대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는 서사로 널리 활용된 것이 ‘두 자루의 권총’이다.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김형직이 1926년 14세 소년 김일성에게 벨기에제 ‘FN M1900’으로 추정되는 권총 두 자루를 남겼고, 김일성이 이 총을 들고 항일 투쟁에 나섰다는 게 북한의 ‘건국 신화’다. 김일성은 “혁명은 총대(총기류)에 의해 개척되고, 전진하며, 완성된다”는 ‘총대철학’을 표방하며 권력을 다졌다.폐쇄국가 북한에서 두 자루의 권총은 곧 세습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상징으로 전환됐다. 6·25전쟁 당시 김일성이 “이 권총이 혁명의 승리를 담보한다”며 11세에 불과한 김정일에게 총을 물려줬다는 스토리가 덧붙여졌다. 권총 모양 퍼레이드가 펼쳐진 2022년 평양 열병식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자루 권총에서 시작해 그 어떤 강적도 전율케 하는 무적강군으로 자라났다”고 북한군을 부추기며 ‘권총 신화’를 이어갔다.그제 북한 선전 매체들이 실내사격장에서 김정은이 딸인 김주애와 나란히 권총 사격을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서사의 ‘판박이’로 10대 소녀의

    3. 3

      [사설] 석유전쟁으로 변질되는 중동 사태, 인질로 잡힌 글로벌 경제

      이란이 그제 새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조기 종전 기대에 숨을 고르던 글로벌 시장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지난 8일 공식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 전선 형성에 대한 검토가 이미 끝났다”고 경고했다. ‘저항의 축’ 세력을 규합해 게릴라식 군사보복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이란의 결사항전 선언에 시장은 요동쳤다. 어제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9.2% 올랐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9일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이다.이란이 볼모로 삼은 호르무즈해협은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전략 요충지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에너지 공급로다. 이곳이 막히면서 그 여파는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원유·원자재 감산과 물류비 폭등은 생산 비용과 가계 지출로 전가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재앙을 키운다. 이란이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공급망을 균열 내고, 이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 서방 국가의 인내심을 고갈시키는 ‘장기적 소모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가 인질로 잡힌 셈이다.자원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각국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