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적자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미 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미 무역적자는 전달보다 30억달러 이상 급증한 3백80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인들이 그만큼 외국산 제품들을 많이 소비했다는 얘기다. 원유수입 가격의 상승도 적자폭 확대에 한몫 했다. 무역적자 확대에 따른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향후 성장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국은 80년대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88년 후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현재 미국의 누적 채무액은 2조달러가 넘는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 때문에 미국이 경제정책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소득계정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해외채무로 인해 미국이 부담한 비용은 1백21억달러에 불과하다. 왜 이같은 일이 발생할까. 첫째,미국은 강한 달러를 갖고 있고 선진화된 자본시장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세계자본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경상수지 적자폭을 상쇄할 수 있다. 둘째,미국이 해외직접투자(FDI)로 벌어오는 수익이 다른 나라가 미국에 직접 투자해서 가져가는 수익보다 많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 말 현재 미국의 해외직접투자액은 2조5천억달러였다. 이는 미국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직접투자액 2조7천억달러보다 적다. 그러나 해외직접투자로 미국이 벌어들인 금액은 1천3백20억달러로 미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자의 수익 3백70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투자수익률도 훨씬 높다. 셋째,미국으로 풍부한 해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수년 전과 비교할 때 세계자본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투자자금은 적당한 투자처를 찾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안전한 미국으로 자금이 모여들고 있다. 유럽경제는 유로랜드의 성공적인 출범에도 불구하고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또한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으로 투자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대부분은 다른 나라의 경기침체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경기침체는 물론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되는 동안 해외투자자금은 미국으로 들어와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의 저축과 투자는 균형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은 유럽의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성장률도 미국 수준으로 높아지길 바란다. 또한 일본이 당면한 구조조정 과제를 잘 수행해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 더불어 국제자본시장에서 이머징마켓이 다시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들은 미국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의 수출이 증가,경상수지 적자폭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이같은 측면을 종합해볼 때 미국이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기존의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는 것은 옳은 일이다. 이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바라는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리처드 클래리다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America's deficit,the world's problem'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