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가 외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외국 영주권이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역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병무청은 지금까지 병역면제 대상자의 국적과 관련해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에 대해서만 병역면제 혜택을 줘 왔으나 이중국적자인 외국 시민권자에게는 병역면제 후 국내 경제활동을 제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면제혜택을 주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8일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현지 시민권을 취득한 박모씨(26)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병역면제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역법은 면제대상을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으로만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출생해 시민권자로서 외국에서 가족과 함께 체재·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영주권자보다 오히려 외국 체재·거주라는 측면이 더 강한 만큼 이들도 병역면제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76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한 후 현지에서 살다가 재작년 11월 병무청에 병역면제신청을 냈으나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이 아니어서 면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자 소송을 내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