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활속의 술 .. 지승룡 <신흥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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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ji@shs.co.kr
술은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취기가 오르면 그 기운에 더 마시게 되는 독특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적당히 하면 포도와 같은 달콤함을 가져다 주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악마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필자는 주변에서 자주 보고 들었다.
사업상 또는 동창회 등의 각종모임,직장단합을 위한 회식자리에 쫓아다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술자리가 어떻게 종료되었는지 모를만큼 과음하기 일쑤이고 다음날에는 술을 줄여야겠다는 결심 아닌 결심을 매번 하게 된다.
이는 술에 대해 관대한 우리 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술을 못한다는 사람에게도 기어코 한잔을 권해야 성이 차고 폭탄주를 만들어 자리에 함께 한 사람끼리 빠짐없이 돌려 마시며 일체감을 느끼는 우리 문화가 과거 군사문화의 영향에서 유래돼 깊이 뿌리박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간 질환 발병자가 많은 것은 일부 유전적인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그보다는 과로,스트레스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비정상적인 음주가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심각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되며 과거의 무절제하고 일률적이었던 음주문화가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음주문화가 점차 여가활동으로 대체되고 공감대와 재충전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가 기업내 회식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음주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여전히 술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고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사교의 명약이다.
심지어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서 보듯이 특별한 음식으로써 그 역사가 지속될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 앉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았던 선인들의 지혜를 채근담의 한 구절을 들어 권하고 싶다.
'피리소리,노래소리가 바야흐로 무르익었을 때,문득 옷자락 떨치고 일어나서 나감은 마치 통달한 사람이 벼랑길에서 손을 젓고 걸어가는 것 같아서 부럽고,시간이 이미 늦은 때에 오히려 쉬지 않고 밤길을 쏘다니는 것은 마치 속인이 그 몸을 고해에 담그는 것과 같아서 딱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