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예상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토대로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은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가능성이다. 지난 주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출한 대(對)이라크 전쟁결의안이 상·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미국이 전격적으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경기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최소한 기업들이 가장 경계하는 미국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말로 다가갈수록 미 증시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것도 이같은 예상이 작용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강세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최근 들어 안전통화로서 미 달러화가 부각되고 있는 데다 일본과 유럽경제가 안좋은 점을 감안할 때 달러강세 기조는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이 당면한 디플레 방지차원에서 엔저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도 국내기업들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최근 일본경제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도 엔저 정책에 강한 의지는 내보이고 있다.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언제 포기하느냐도 큰 변수다. 올 들어 중국의 외환당국자들은 94년부터 '1달러=8.28위안'으로 운용해온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의사를 계속 비쳐왔다.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우리 경제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유럽의 정치권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기존의 좌파에서 우파쪽으로 힘이 쏠릴 경우 기업들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우파 정부는 각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만큼 통상마찰의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 경제가 지금처럼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대외신뢰도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내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WTO가입과 같은 대외현안은 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대내적으로는 내년에 우리 경제성장률이 5%대 후반의 높은 수준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체감적으로는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의 괴리가 심할 수 있고 환율 등 채산성 변수들이 불리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정치권의 구도변화와 경제정책의 변화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일관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국내 경제각료들의 시각과는 달리 어떤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 해외시각이다. 결국 이런 변수를 놓고 볼 때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의 키워드는 '원활한 현금흐름(cash flow)'의 유지다. 가능한 한 모든 역량은 핵심역량에 집중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기업수익은 규모나 범위보다 위험관리능력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21세기 들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밀레니엄 환경에 대응하는 중장기적인 전략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업경영의 추세전환을 의미하는 밀레니엄 환경은 선제적 차원에서 얼마나 잘 대응해 놓느냐에 따라 기회요인이자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밀레니엄 과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세계보편적 질서에 부응하는 과제 △글로벌 추세에 맞춘 외국기업과의 조화(調和)문제 △수확체증시대에 맞는 새로운 핵심업종 육성 △자체적인 예측력 배양을 통한 위기관리능력 제고 △갈수록 위상이 강화될 이해관계자들에 맞춘 능력 배양 △남북통일에 대비한 경영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