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는 재임시보다 퇴임 후의 행적이 더욱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꼽힌다. 퇴임 후 '마틴 루터 킹 평화상''유엔 인권상'을 비롯해 미국 최고의 시민상인 '자유의 메달'등을 수상했으며 해마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1962년 민주당 소속으로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선출돼 정계에 진출한 그는 76년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포드 대통령을 물리치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재임 중 이스라엘과 이집트간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중재,중동지역을 전쟁에서 구한 공로는 커다란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퇴임 후 그는 지구촌 분쟁 해결사로 곳곳을 누볐다. 북한 핵위기로 한반도 정세가 긴장됐던 94년에는 북한을 방문,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냈다. 지난 5월에는 전·현직 미국대통령으론 43년 만에 처음 쿠바를 방문,양국간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드(사랑의 집짓기)운동처럼 자원봉사에도 정열을 쏟았다. 지금도 부인 로절린 여사와 함께 비영리재단인 카터센터를 통해 무보수 이사장과 부이사장으로서 '평화 가꾸기''질병과 싸우기''희망 만들기'운동을 펼치며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80년대 초반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관여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전세계 9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충남 아산 등지를 돌며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을 벌여 영세민 1백36가구에 예쁜 목조주택을 지어주었다. 군나르 베르제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은 "평화운동을 전개해 온 지미 카터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무력으로 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려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논평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