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첫 학사출신 日 다나카 '실패담'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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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박에서 망아지가 나온 격(뜻하지 않은 곳에서 엉뚱한 결과가 생겼을 때를 비유해 말할 때 쓰는 일본 속담)이라고 해야 할까요."
학사 출신 중견 기업체 연구원 신분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다나카 고이치씨(43·시마즈제작소 생명과학연구소 주임)가 수상 이유를 15년 전의 '실수' 때문이라고 털어놓아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그의 수상 이유는 단백질 등 생체고분자의 질량과 입체구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바이오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
그가 생물 연구와 약품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분자크기 측정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소프트레이저 이탈법'을 개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는 그러나 지난 87년 겪은 우연한 실수가 연구의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고 고백했다.
입사 4년차의 신참 연구원이었던 그는 어떤 실험을 하던 중 고분자 시료에 금속의 코발트 미세분말과 글리세린을 각각 따로 분석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주의로 액상의 글리세린이 코발트 분말에 흘러내려 버렸다.
잘못해서 섞이긴 했지만 버리기는 아까워 그 상태로 분석을 해 본 것이 종전 방법으로는 측정 불가능했던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성과를 낳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우연한 실패가 세상을 놀라게 한 대성공으로 이어졌음을 그 자신이 실감한 셈이다.
그는 "입사 후 수없이 실패를 거듭했으며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오히려 선입관에 얽매여 과감한 도전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과 같은 성과를 얻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일본 언론들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가 입사 후 전공과 다른 길을 걸으며 색다른 분야에서 일한 것이 기존 관념과 상식을 뛰어넘는 실험정신의 뿌리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