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전날대비 10원 이상 올라 5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소폭 조정됐던 흐름이 반전되며 폭주기관차마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장중 1,259.10원까지 상승, 향후 1,260원대 진입 가능성을 심어놓았다. 개장초 엔화 강세 요인은 국내 주식시장 여건 악화에 따른 역외의 강력한 매수로 인해 휘발됐다. 공황상태에 가까운 주가 폭락과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도는 시장 심리를 달러매수에 묶어 놓았으며 매도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담배인삼공사의 주식예탁증서(DR)발행분 공급이 있었다고 일부 알려졌으나 시장은 이미 선매도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날 당초 프라이싱(가격결정)이 예정돼 있으나 증시 폭락으로 연기 가능성이 대두,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조정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으나 상승 분위기가 워낙 강해 1,260원대를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술적으로 저항을 받을 만한 레벨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1,280원대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20원 오른 1,257.8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5월 17일 1,261.6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전날대비 오름폭은 지난 9월 23일 11.60원이후 가장 가팔랐다. 이날 장중 고점은 지난 5월 21일 1,259.90원까지 오른 이후 가장 높은 1,259.10원, 저점은 1,243.1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 변동폭은 16.10원에 달해 지난 8월 5일 1,180.50~1,199.00원의 18.50원 이후 진폭이 가장 컸다. ◆ 고점 확인 '진행중' =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증시 폭락과 연계돼 강하게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초부터 엔 약세 요인을 무력화한 역외세력은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헤지매수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상승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업체 네고물량은 뒤로 물러서고 있다. 달러매도 요인이 없어지고 있는 셈. 특히 10일 오후 5시 이후에도 담배인삼공사의 프라이싱이 진통을 거듭, 연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리 선매도했던 세력들이 이를 되감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면 환율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증시와 연관된 역외펀드의 헤지매수가 시장을 좌우한 것 같다"며 "국내 실수급상 결제가 우세한 측면도 있지만 국내 증시가 미국과 뗄 수 없기 때문에 역외세력도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외인 비중이 58%에서 51%로 크게 축소됐고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오늘 오버슈팅된 감이 있어도 추세 굳히기가 될 수도 있다"며 "조정 가능성이 있음에도 환율이 '설마'하면서도 탄력을 받을 수도 있어 내일 거래는 1,253~1,265원까지 넓게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역외매수세와 함께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커버하는 움직임이 강했다"며 "포지션 엮인 것은 대충 해소된 것 같고 1,260원 언저리에서는 역외 매도가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절대 레벨이 높아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쌓는 것도 부담이긴 하나 달러매도(숏)도 추세에 어긋나 방향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1,266원이 다음 타겟이 될 것 같고 1,255원 정도는 지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 주가 대폭락, 매도 결핍 = 국내 증시가 투매에 가까운 매물 폭격을 맞고 나락으로 빠졌다. 해외 악재에 국내 수급 악화까지 곁들여 '패닉(공황)'에 가까운 상태에 빠진 주식시장으로 인해 외환시장 심리도 급속도로 악화, 달러매수가 기승을 부렸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5.90포인트, 5.79% 빠진 584.04에 마감, 지난해 11월 9일 576.75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43.74로 2.09포인트, 4.56% 내려 이틀째 96년 코스닥 출범이래 최저점을 낮췄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046억원, 359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 전날 순매수에서 다시 팔자로 돌아 심리적으로 환율 급등을 유도했다. 전날 뉴욕장에서 증시 급락으로 큰 폭 하락, 123엔대로 떨어진 달러/엔 환율은 이날 전반적으로 소폭 반등했다. 도쿄 개장초 123엔 붕괴를 위협했던 달러/엔은 장중 닛케이지수 급락 등으로 123.68엔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닛케이지수 반등으로 추가 상승이 제한된 달러/엔은 소폭 조정되며 오후 5시 30분 현재 123.40엔을 기록중이다. 닛케이지수는 19년래 최저치를 경신하며 한때 8,200선까지 붕괴됐다가 반등, 8,400선을 회복하며 마감됐다. 내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정책회의 결과에 시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10원대로 진입한 뒤 장중 1,020원대까지 도달했으며 같은 시각 1,018원선을 나타내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3.60원 낮은 1,243.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차츰 낙폭을 축소, 한동안 보합권을 거닐다가 역외매수 등으로 오전 10시 8분경 1,249.7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매물에 밀려 1,247.20~1,248.50원에서 맴돌았던 환율은 달러/엔 상승 등을 타고 1,250원대로 진입, 11시 23분경 1,254.00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은 1,252원선을 주로 거닐다가 1,252.7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1.10원 높은 1,253.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253.50원을 가리킨 뒤 매도세 결여로 오후 2시 8분경 고점인 1,259.10원까지 치솟았다. 추가 상승이 저지된 환율은 1,257.30~1,259.00원에서 종잡기 힘든 장세를 보이다가 달러/엔 반락과 차익매도로 4시 4분경 1,254.80원까지 되밀렸다. 그러나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커버하며 장 후반 상승 재개의 그림이 재현돼 환율은 1,257원선으로 반등한 채 마감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9,55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달러, 2억8,360만달러가 거래됐다. 11일 기준환율은 1,253.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