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인 LG전자에 비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제품의 성격과 기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부품이어서 그동안 가스오븐레인지와 캠코더 등을 교환판매하는 수준에 그쳤던 두 회사의 '적과의 동침'이 한 단계 발전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가전 디지털미디어 등 주요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에 CRT(브라운관)용 비메모리반도체인 편향IC 등 일부 제품을 공급하기로 하고 검사 절차를 밟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제품의 구매를 요청해와 이를 수용할 예정"이라며 "삼성 제품이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구매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삼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의 경우 삼성 제품을 일부 구매해왔으나 비메모리반도체는 전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와 외국계기업에 의존해 삼성과 거래는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LDI(LCD구동칩)와 가전제품제어용 반도체인 마이컴 등의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부터 실시한 LG의 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와 삼성의 캠코더 교환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들어 삼성으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받아 판매하는 디지털캠코더가 월 2백∼3백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배가 늘어난 것이다. 모델 수도 1개에서 2개로 늘렸고 디지털 방식이 아닌 8㎜ 캠코더도 추가로 OEM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LG로부터 납품받는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레인지도 올해 1백% 안팎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 식기세척기 판매대수는 월 1백50∼2백대로 지난해 월 80∼90대의 배로 늘어났고 판매모델은 8인용 외에 5인용이 추가됐다. 붙박이(빌트인)용으로 2개 모델이 나온 가스오븐레인지도 지난해 월 1백대에서 올해는 월 2백대로 판매실적이 늘었다. 양사는 상호 OEM 판매가 좋은 실적을 보이자 제품교환 품목을 세탁기 등 일부 중대형 가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