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高성장주의 이제 그만..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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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대 성장이 예상되고,상반기 기업실적이 사상최고의 순이익을 냈다는 지표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들이 쌓여가고 있다.
더블딥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미국경제의 회복 불투명,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에 따른 유가급등 우려로 IMF는 이미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은 내년도의 우리 경제가 낮은 성장에다 높은 물가를 경험할 것이며,국제수지 역시 악화돼 경우에 따라서는 적자로 반전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소비자의 체감경기가 위축되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간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는 외형에 비해 구조적 내용은 여전히 취약한 편으로,이제까지의 실적보다 앞으로의 전망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정치행사가 경제에 나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은 자명하고,갈수록 한심한 우리 정치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경제추락의 정도가 예상을 훨씬 넘을 가능성도 크다.
97년 외환위기 직전 정치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경제의 문제점 상당 부분은 IMF 위기의 극복이란 명분으로 98년 하반기 이후부터 취해졌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선 -6.7%라는 98년의 지나친 경제 위축은 IMF의 잘못된 정책 권고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정부의 거시경제운영 안목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실패의 시작'이었다.
이 경제의 위축 수습 역시 IMF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과 마찬가지로,바로 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구조개선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방식보다,인위적으로 경기를 진작해 높은 성장을 마크함으로써 위기 후 경제의 문제점을 만회하려 한 것은 더 큰 실책의 시작이었고,현 정부 경제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었다.
이 정부가 IMF 위기극복의 징표로 내세우는 99년,2000년 두해의 10%대 고성장은,98년의 지나친 위축에서 오는 반작용에다 98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고성장 정책의 결과로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역행하고,가공의 경쟁력을 기초로 얻은 측면이 크다.
IMF 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경제의 구조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희생하고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작년 하반기 '제한적 경기조절정책'이란 구차한 이름의 경기부양책 역시 잘못된 경기예측에 기초한 것이고,경제를 인위적으로라도 부양하려는 성장우선 정책발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기야 작년 11월 이전까지만 해도 민·관 경제연구소 모두가 금년도 성장이 3%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고,정부는 유형무형의 경기진작책을 쓸 명분을 찾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이 채 끝나기 전 경기는 상향징후를 대내외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간의 경기대응책은 결과적으로 '불 난 데 기름 부은 격'이고,오늘의 과잉유동성,부동산거품 등 우리 경제의 기초를 계속 흔들어 댈 새로운 문제들을 배태시킨 것이다.
이처럼 어두운 경제전망에 획기적인 변화가 오지 않으면 '경제 위기론'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내년 초 성립될 새 정부의 대국민 인기정책과 결부될 땐 또 다른 경기부양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 김영삼 정부 초기 구조정책을 써야 할 시점에 취해진 '신경제 1백일 계획'이란 이름의 경기부양책과,이후의 경제왜곡과정이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경기전망이 비관적일 때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다 상황이 좀 나아지면 쑥 들어가는 것은,경제문제의 본질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다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보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높은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경제정책 제일의 목표로 이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차기 정부가 경제 문제의 본질에 도전하려면,IMF 위기를 불러 온 진정한 배경인 '고성장 신화'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최소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운영의 기본원리로 하겠다면 말이다.
ihkim@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