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워싱턴 지역에서 연쇄 총기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등교하던 13세 중학생까지 피격을 당하자 전국적으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발생한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6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타임스, USA 투데이 등 유력 신문들은 8일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중학교에서 등교하던 13세 중학생이 피격을당해 중태에 빠진 사건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날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한 이라크 관련 연설이이 사건 보도에 밀려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됐을 정도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부시대통령의 얼굴보다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하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찰스 무스 경찰서장의 얼굴이 더 자주 나오고 있다. ▲ 백악관=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8일 "이것은 크게 우려할만한 매우중요한 문제"라면서 "이것은 피해를 당한 가족과 지역사회에 큰 상처이며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이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연쇄 총격사건은 "비겁하고몰상식한 폭력행위"라고 비난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과 교육부에 사건 발생 지역수사당국과 교육당국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 지역 경비 강화=7일 사건 발생 직후부터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와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모든 학교들은 학생들의 옥외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건물 문을걸어잠그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사건이 발생한 프린스 조지스 중학교의 학생 출석률은 8일 34%로 급락했다. 또 스타벅스 커피점은 워싱턴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의 143개 체인점들에게야외 좌석들을 전면 철거해 손님들이 밖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도록 하라고지시했다. 워싱턴 시내에서는 백악관과 의회의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 의사당 경비경찰은의원들에게 특별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통보하면서 "그러나 의사당 관계자나 의원들에게 특정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 수사=경찰은 하루에도 수백건씩의 제보를 받고 있으나 아직 단 한 명의 용의자도 잡지 못한 상태다. 범인이 한명인지 두명인지도 아직 모른다. 경찰은 현상금을20만달러(약 2억4천만원)로 올렸다. 경찰은 현재 범행장소들의 분포를 분석하는 이른바 `지리적 분석법'으로 범인의 소재지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래드포드대학의 토드 버키 교수는 "범인이 아직 그 지역을 떠나지않고 있는 것 같아 놀랍다"면서 "그는 마치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으로 경찰에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살인범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사건은 지금까지 나타난 어떤 범죄유형에도 맞지 않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보도했다. 보통 대량살인은특정인종에 대한 증오범죄이던가 원한을 풀기위한 살인이며 한번에 여러발의 총알을사용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희생자들이 무작위로 선택됐고 희생자들은 단 한 발씩의 총알을 맞았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것이다. 대량살인범들에 대한 책을 내기도 한 노스이스턴대학의 제임스 앨런 폭스 교수는 "(범행) 동기에 대한 증거나 범인이 사회에 분풀이를 하려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남은 것은 살인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이른바 `스포츠 살인(killing for sport)'이다"라고 분석했다. ▲ 비슷한 범죄=지난 1994년 뉴욕주 서포크 카운티의 작은 마을에서는 식당과주유소, 버거킹 햄버거 상점 등지에서 사람들이 잇따라 피격을 당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총기상점에서 35구경 레밍턴 소총이 도난을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절도범에게서 이 소총을 구입한 범인 피터 실베스터를 체포했다. 조사결과 실베스터는 단지 `스릴을 느끼기 위해' 먼거리에서 역시 한발씩의 총알을 사용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밑에다 담요를 깔아놓고 떨어진 탄피까지 수거해가는 용의주도함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베스터는 종신형 선고를 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