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대(對)미국 수출입 화물의 63%를 차지하는 미국 서부항만의 하역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업계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만 무려 15만TEU에 달하는 화물의 발이 묶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하주-내륙수송업계에 연쇄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화물 운송루트를 미국 서부 대신 동부쪽으로 돌리려는 수출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해상운송 운임이 50%이상 치솟고 있다. ◆ 컨테이너 부족 국제 해운업계에 따르면 월 60만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는 미국 서부해안 29개 해안의 마비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롱비치에 93척, 샌프란시스코 35척, 오클랜드 31척, 시애틀 41척 등 모두 2백여척 이상의 선박이 하역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계의 하역이 중단된 화물규모는 5만TEU정도로 서부항만 마비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신규 운송협상 지연과 수출주문 감소 등 수출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달 중순이나 하순께 미국쪽으로 출발할 예정인 화물이 컨테이너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대미문의 수송대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아시아에서 북미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을 8백만TEU로 계산할 경우 주당 물동량은 15만TEU 이상이 된다. 따라서 북미로부터 아시아로 회송되는 컨테이너(적재 혹은 빈 컨테이너)의 합은 매주 15만TEU라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간 단위로 15만TEU의 컨테이너가 모자랄 경우 아시아 전체의 대미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부족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 동남아 등지에 대한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일부 화주들은 수송속도가 빠른 항공쪽으로 거래선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항공화물 역시 성수기를 맞아 1백% 예약 상태인데다 요금이 비싸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 물류비 급증 컨테이너의 절대 수송물량이 모자라면서 가전 타이어 등 일부 수출업체들은 서부해안 대신 뉴욕 사바나 등 동부해안으로 수송 루트를 급격히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자 미국 동부방면 수송은 1백30%이상 초과 예약상태를 보이면서 해상운임이 치솟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TEU당 1천5백달러선에서 운임이 형성됐지만 동부쪽으로 이동할 경우 운송기간이 열흘 정도 더 걸리고 가격도 1천달러 이상 추가로 소요된다. 또 컨테이너를 긴급 임대할 경우 50% 이상의 추가 운임을 부담해야할 형편이어서 수출 채산성도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 수출 피해 확산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는 각각 1천대 및 5백30여대의 차량이 서부 해안에 묶여 있다. 미국 현지 딜러들이 재고물량을 동원해 기존 계약을 해소하고 있지만 재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다. 특히 이달중 가까운 시일내에 선적할 계획이 없어 당장 하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지 수급조절이 어려운 상태다. LG전자도 이달 2일까지 내보내기로 했던 에어컨 전자레인지 VCR TV 등 4천만달러어치의 화물이 잠기면서 현지 딜러 및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20일이후 수출선적분 모니터 3백TEU가 하역대기 상태에 들어가면서 재고가 소진되는 이달 중순 이후엔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고 있다. 섬유 의류의 경우 원단 등 원부자재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대미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남미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신원 한솔섬유 광림 성환 등의 수출화물들이 대부분 로스앤젤레스나 롱비치항에 머무르면서 공장 정상가동 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조일훈.김미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