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의 적절성과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최근 한국은행은 가계대출붐을 억제시키고 부동산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증시침체와 미국 등 세계경제의 불안,미·이라크 전쟁 등의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충격의 여파를 고려할 때 금리인상조치는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경제의 기초와 관련해 가장 큰 불안요인은 바로 자산가격의 버블화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금리인상이 지연되어 자산가격의 버블화가 심화되고 경제체질이 약화된다면,금리인상을 반대하는 이들이 그 이유로 제기하는 외부적 충격들이 실현될 경우 그 충격의 효과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금리인상을 반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지 모른다'는 표현은 거꾸로 금리인상을 또 다시 지연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의 이질성과 상호작용에 근거해 경제시스템의 복잡한 동학을 분석하는 카오스이론에서는 자산시장의 버블과 폭락이 '기초여건분석가'와 '차티스트'들의 행위패턴과 거래전략 변경에 의해 내생적으로 결정된다고 분석한다. 기초여건분석가들은 자산의 기본적 가치에 근거해 장기투자전략을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차티스트들은 시장심리에 편승해 단순히 과거자료의 움직임을 보고 단기의 투기적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시장심리에 편승한 차티스트들의 근시안적 투기행위는 자산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에 반해 기초여건분석가들의 신중한 행동은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안정적이게 한다. 중요한 점은 자산시장 버블의 초기단계에서 커다란 규모의 가격상승으로 투기적 이득의 기회가 늘어나면 많은 기초여건분석가들이 낙관적 차티스트들의 거래전략을 따르는 '변경효과(switching effect)'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차티스트의 비중이 증가하면 자산의 시장가격이 실체 가치로부터 더욱 이탈하게 되고 경제의 불안정성은 증폭된다. 일단 버블이 심화되면 투기적 자본이득획득의 기회가 점차 줄게 되고,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자산의 수요자에서 공급자로,차티스트에서 기초여건분석가로 전환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경제적 기초와 관련한 충격이 발생한다면,자산가격은 경제가 안정적인 상태에 위치할 때처럼 천천히 조정되지 못하고 폭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채-디플레이션(debt-deflation)'에 의하면 자산가격의 폭락은 기업의 실질 부채부담을 증가시켜 도산을 야기하고,그와 거래하는 금융회사들을 도산시켜 경제전체를 위기에 빠지게 한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그 기초에서 크게 이탈해 자산시장의 버블화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1년간 가계대출 증가액 67조원 가운데 40조원이 투기적 목적을 위해 부동산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현재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PER(부동산수익률)는 35∼40배로 이는 자산시장의 폭락이 발생하기 직전 일본의 경우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는 현재 한국경제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고,그에 대한 조치가 신속히 취해지지 않는다면 향후 불안정한 경제적 기초에서 발생하는 충격의 효과가 더욱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경기안정화정책이란 경제가 불안정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고,보다 안정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게 하기 위해 취해지는 선제적 정책을 의미한다. 경제가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취해지는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바로 자산시장과 경제의 기초를 안정적인 영역으로 돌려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금리인상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고,그와 병행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신용카드 발급요건 강화,금융회사의 신용위험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도 조속히 강화돼야 한다. hahyun@base.yonsei.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