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혈맹국인 북한의 부총리급 외교관인 양빈(楊斌)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을 전격 연행한 표면상의 이유는 그의 세금 체납 문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초강경수를 둔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 소식통들은 4일 중국은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설립한 것이나 양빈 어우야(歐亞)그룹 주석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중국 당국이 북한 방문길에 나선 양빈 장관을 연행까지 하면서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개방정책에 찬물을 끼얹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이 신의주 특구 설립에는 이해했으나 탈세와 토지 불법 개발, 주가조작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양빈 주석을 사전 협의도 없이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납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빈 어우야그룹 주석은 당초 1조원의 거액을 투자해 허란춘(荷蘭村)을 네덜란드식 화훼단지로 개발한다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아파트와 별장단지를 짓는 등 부동산 업자로 변질했다. 중국의 한 당국자는 이에 대해 "어우야그룹은 양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회사"라고 평가하고 "양빈 주석은 선양(瀋陽)의 고위층과 결탁해 무허가로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중국이 관영언론들에 대해 북한 신의주 특구에 관한 보도금지령을 내린 것은 북한이 사전에 중국과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홍콩의 한 외교관도 "중국 정부가 1천만위앤(元)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양빈 장관을 연행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이번 사건에는 국익의문제가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자주외교노선으로 치닫자 중국이 영향력 감소를 우려해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콩침례대학 국제관계학과의 딩웨이(丁偉) 교수는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중재 역할자로서 영향력을 행사왔으나 최근 북한이 외교공세에 나서자 영향력 감소를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 중국은 북한이 신의주에 특구를 설립하면 중국의 황해 연안 특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체 분석 아래 개성에 특구를 설립하도록 북한에 권유해 왔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양빈 장관 연행 조치는 조만간 해결되겠지만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방정책을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면서 "양국이 대화로 문제를 원만히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