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비노(非盧) 중도파와 반노(反盧) 성향 의원 34명이 4일 `대통령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를 공식 발족함으로써 민주당은 사실상 양분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후보단일화 추진협의회는 오는 7일까지 노 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당무회의 소집과 통합신당 수임기구 구성을 추진키로 하는 등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노 후보측은 이미 후보단일화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후단협의 단일화 요구는 사실상 분당의 수순으로 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큰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이날 발족한 `대통령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후단협)'에는 회장인 김영배(金令培) 상임고문을 비롯한 74명의 의원들이 서명했고, 발족식에는 의원 34명과 이원계 경남도지부장, 황장수 지구당위원장 등 원외인사 2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김 고문과 최명헌 송영진 김덕배 이윤수 박상희 김원길 박병석 김윤식 최영희 장성원 설송웅 김경천 남궁석 김기재 유재규 송석찬 곽치영 강성구 원유철 박상규 박종우 송훈석 이희규 이용삼 박병윤 홍재형 김명섭 전용학 고진부 정철기 조한천 김효석 최선영 의원 등 수도권과 충청, 강원 출신의원들이 주축이다. 각 지역과 그룹별 대표 20명이 부회장단에 인선됐고, 전북 대표 자격으로 부회장에 선임된 한 중진의원은 당분간 비공개를 요구했다. 또 원외지구당 위원장 20명이 지난 2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후보단일화 없이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오는 7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협의체를 발족한뒤 원내 모임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해 주목된다. 발족식에 참석한 의원외에도 후보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표면에 나서지 않는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숫자상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배 회장은 "이상과 이념이 아무리 높아도 집권을 하지 못하면 백지"라며 "집권을 하고 정치개혁과 국가개혁을 위해서는 단일후보를 성취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단협은 오는 7일까지 노 후보와 한 대표에게 공문을 보내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할 예정이며 8,9일중 당무회의를 소집해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수임기구 구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 후보측은 후보단일화 수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여서 사실상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당무회의 소집 추진은 결별의 수순으로 가는 명분 축적용의 성격이 강하다.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노 후보가 영남표를 갖고 오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이 대의원 표심을 움직여 후보로 선출됐지만 두차례 선거에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하며, 왜 당의 후보를 흔드느냐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상품의 성능이 안나오면 반품하겠다고까지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비노측 관계자는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오는 16일을 전후해 단계적 탈당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당대당 통합의 대상으로 자민련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단협측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총재와의 연대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명헌 의원은 "JP가 한나라당에 간다는 얘기는 택도 없는 소리"라며 "3-4일전JP를 만났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고, 한나라당에서 연락은 왔다고 했다" 고전했고, 전용학 의원도 "JP가 한나라당에 가면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을게 뻔한데 왜거기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노후보측 = 대선승리만을 위한 무원칙한 후보단일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일단 지켜보자"며 정면대응은 삼가고 있다. 그러나 이날 후보단일화 협의회 발족식에 모인 의원들의 상당수는 순수한 충정일 뿐이며 탈당을 실행에 옮길 의원은 많지 않다는 것이 노 후보측의 판단이다. 노 후보는 3일 TV 토론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이 탈당까지 하면서 저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민주정당에서 때로는 싸우고 토론과 타협을 통해 함께 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포용노력을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노 후보가 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과의 관계설정과 관련, "당내에 여러 정서가 있어 일방적으로 (통합)할수 없고, 대선에서 연대를 통해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해 일단 통합보다는 연대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당내 마찰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후보측은 후보단일화론자들에 대한 개별적 설득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동시에 선대위 중심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당내 정치세력 교체를 통한 신주류 형성 작업도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날 본부장급 회의에서도 당과 선대위 이원화 체제로 인한 인사.재정권 대립과 관련,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끔하게 정리되도록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이낙연(李洛淵) 선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유용태(劉容泰) 사무총장과 이상수(李相洙) 선대위 총무본부장간의 인사.재정권 관련 협의가 무산되면서 더 이상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성과 당력분산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최고회의에 유 총장 교체를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는 또한 국민참여운동과 TV 토론을 통한 지지율 회복에도 매진키로 했다. 노 후보의 전날 MBC 토론에 대해 선대위측은 "안정감있고, 자신감이 보였다"고 평가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 합동토론에 적극 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선대위 산하 국민참여운동본부도 오는 6일 국회에서 전국 1천500여명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청년특보단(리딩 코리아)을 발대, 7일 현판식과 기자회견을 갖고 8일부터는 제주를 시작으로 `100만인 서포터즈 모집'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