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형, 설탕물 좀 만들어 줄 수 있갔나?" 남북한 남자 체조선수들이 지난 24일부터 부산 사직체조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훈련 때는 남측 최고참인 김동화(26.울산중구청)가 리명철(24)에게 때 아닌 설탕물 자랑을 하고 있었다. 평행봉에서 봉 밑으로 처지는 연기를 할 때 손의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설탕 물을 바르는게 일반적인 관례지만 북한 선수들은 그동안 구하기 쉬운 소금물을사용해 왔다. 새롭게 설치한 평행봉이 미끄러워 적응에 힘이 든다는 북한 선수들의 말을 들은김동화가 자신이 쓰던 설탕물을 소금물 대신 사용해 볼 것을 권했고 북한 선수들은손에 봉이 착착 감기는 느낌에 연신 탄성을 질렀다. 즉각 "형, 우리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갔나"는 리명철의 부탁에 김동화는 흔쾌히 "오후 훈련 때 한 병 가져다 주겠다"며 약속을 했다. 남북의 교류는 설탕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선성(한양대)은 이날 지난해 바뀐 국제체조연맹의 채점규정을 파악하지 못한안마의 금메달 기대주 김현일에게 연기의 난이도를 상세히 설명해 주는 이적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선성은 훈련을 마친 뒤 "같이 훈련하니까 서로 의지가 돼 너무 좋다.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대회가 끝나면 헤어져야 하는 친구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금메달을 위해 치열한 연기대결을 펼쳐야 하는 선수들이지만 연습장에서는 좀처럼 경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그야말로 설탕물처럼 끈끈한 우애만 있을 뿐이었다. 80년대부터 해외에서 열린 각종 대회 때 만나 우정을 쌓아 온 남북한 선수와 지도자들은 `안방'에서 재회한 감격 속에 연습장에서는 서로의 연기에 대해 조언하고선수촌에 돌아가서는 남북이 다를게 없는 합숙생활의 고달픔에 대해 하소연하기도한다. 이번 대회에서 최강 중국의 금메달 독식을 견제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이들은 언젠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손을 맞잡을 날을 약속하며 체조장에서의 `작은통일'을 이뤄내고 있었다. (부산=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