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의주 특구 개발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홍지선 전 KOTRA 북한실장은 25일 북한의 개혁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성공적으로 시장경제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화교 자본이 있었다"며 "북한도 이념을 초월해 같은 민족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연안지역 경제특구들은 홍콩과 대만이라는 젖줄을 갖고 있었다"며 "같은 맥락에서 신의주 경제 특구도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전 실장은 "경제 개혁 초기에 중국 당국은 화교 기업들에 최고의 우대 조건을 제시했다"며 "북한도 남한 기업들에 각종 특혜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남북한 당국이 한국 기업의 안전한 투자를 보장해주는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전 실장은 신의주 특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잘만 개발한다면 '제2의 마산수출자유지역'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경공업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신의주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홍 전 실장은 "북한의 변화를 남한의 눈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북한은 내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기 판단에 따라 변화의 길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 전 실장은 KOTRA에서 30년 가량 대북업무와 동구 시장 개척을 담당한 사회주의권 전문가다. 특히 80년대 후반 북방외교가 급물살을 탈 때 동유럽 무역사무소 개설에 핵심 역할을 해 '홍신저(한국의 키신저)'라고 불리기도 했다. 95년부터 북한실장을 맡으면서 북한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대북사업을 총괄하다가 얼마 전 사직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