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홍콩처럼 자본주의 도시 됩네까"..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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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남신의주 시에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신의주 현 주민들이 옮겨 살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신의주 접경 중국도시인 단둥에서 10년 이상 북한 사업을 해온 조선족 동포 L씨는 신의주의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신의주 특구개발을 위한 대규모 주민이전 작업이 이미 준비단계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신의주가 시장경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하는 단둥 경제인들도 있다.
신의주를 자주 드나드는 자영무역업자 P씨는 "신의주 시내 서쪽 개혁동에 유명한 농민 시장(농산물 자유시장)이 있습니다.
지난 7월1일 배급제 중단으로 주민들이 생필품 마련을 위해 몰려들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농촌에서 싸게 사서 시장에서 비싸게 파는 유통상도 등장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단둥은 신의주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곳이다.
북한 관련 사업을 하는 단둥의 비즈니스맨들은 벌써부터 신의주의 변화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변혁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는게 그들의 진단이다.
태풍 전야의 모습 그 자체란 것이다.
지난 추석 때 사업파트너 방문 차 신의주를 다녀온 단둥진출구공사(丹東進出口公司) 직원인 J씨(여·38)는 "지난 2∼3개월 사이 평양 고위직 인사들의 신의주행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파견된 행정관리들이 신의주 중장비 생산업체들을 돌며 운영상황 일체를 조사해 갔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신의주 친구들로부터 '경제특구가 무엇이냐' '그러면 신의주는 홍콩과 같은 자본주의 도시가 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시민들의 왕래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변혁의 움직임이 감돌고 있음을 직감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의주에 친지를 두고 있는 조선족 동포 K씨(52)는 "지난 5월 신의주 방문 때 이미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이종 사촌으로부터 개방 얘기를 들었다"며 "신의주 고위 공무원들은 경제특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것 같다"고 전했다.
때문에 압록강 신의주 강변에는 매일 수십명의 북한 주민들이 배회하며 정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 신문사 기자인 Y씨(39)는 "신의주가 '홍콩식 경제특구'로 개발될 것이라는 점은 신의주 공무원조차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며 혁신적 개방 내용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Y씨는 신의주 공무원의 말을 인용,"신의주가 개방도시로 지정될 거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흘러나왔지만 '홍콩식'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경제특구 개발은 고위층에서 극비리에 추진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둥의 반응은 신의주보다 더욱 빠르고 적극적이다.
단둥시도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에서 20㎞ 떨어진 압록강 하류지역에 신의주를 잇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지금은 '평북'번호판을 단 북한 트럭들이 쌀부대 등을 싣고 다리 옆 검문소에 길게 늘어서 있으나,새 다리가 연결되면 양측간 교역량이 현재의 몇배로 늘어나게 된다.
신의주 특구소식에 단둥이 들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단둥(丹東)=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