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한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이23일 남한에서 북한체제를 비방하는 영화가 제작, 상영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함에 따라 북한의 남한영화에 대한 평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북한의 남한영화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평양서 발간되는 '조선예술'과 과거의 영화전문지 '조선영화'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남한영화를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 잡지는 남한 영화 가운데 전쟁과 이념대결을 부추기면서 북한체제를 '생지옥'으로 묘사하거나 희화화(戱畵化)하는 '반북(反北)영화'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까지의 한국전쟁 소재 영화와, 80년대 이후 가끔 등장한 '남북 첩보전'을 다룬 영화들을 이 부류의 주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북한은 '돌아오지않는 해병' '들국화는 피었는데' '아벤고 공수단' '마유미' '쉬리' 등을 "반동적이며 분열과 대결의식을 고취시키는 반민족적인 영화"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숨겨진 딸이 정략결혼을 피해 평양예술단의 일원으로위장, 남한을 방문했다가 큰 소동을 겪는다는 '휘파람 공주'에 대해 북한은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양방송도 23일 이 영화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남한에서 극우 보수세력에 의해 우리를 조롱하는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우리는 극우 보수세력의 손바닥에서노는 남조선 일부 영화계에 경종을 울린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남한의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두 번째 이유로 남한 영화가 지나치게 '상업성'을 앞세워 선정적이고 퇴폐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선예술' 등은 남한사회에 만연된 '물질 지상주의'가 이러한 영화를 만들도록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80~90년대의 '어둠의 자식들' '물레야 물레야' '어우동' '무릎과 무릎 사이'는 물론 최근 개봉된 '친구' 등까지 이 범주에 포함시켰다. 북한 영화관계 잡지들은 이 영화들에 대해 "소박하고 예절이 바를 뿐 아니라 송죽과 같은 절개로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조선여성들을 심히 모독하면서 색정을 설교한 영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우리는 간다'의 제작을 준비 중인 박종원 감독은 "북한이 남한영화의 상업성을 문제삼는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남한의 일부 영화인들이 영화로 대결의식을 조장하거나 북한을 희화화해 관객을 불러 모으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민족 화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척호기자 chchoi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