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만기 6개월 미만인 단기 수신상품의 잔액이 사상 최대인 3백53조원으로 금융사 총 수신잔액의 46.5%에 이른다는 한은 발표가 갖는 의미는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감안할 때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장들도 참석한 지난 17일의 금융협의회가 끝난 뒤 한은이 "총통화 및 총유동성(M3)이 12% 이상 늘어나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으나 잠재성장률은 5%로 인플레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발표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열풍도 단기 부동화된 시중자금이 부동산쪽으로 몰린데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과잉 유동성을 환수할 필요성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정공법은 역시 콜금리를 올려 시중금리 인상을 유도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자칫 경기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와 방법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은행장들로부터 나온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최근의 산업활동동향이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로 보면 4분기의 경기상승속도가 둔화될 조짐이고,내년 세계경제에 대한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망 역시 몇달전에 비해 비관적이라는 점을 되새기면 더욱 그렇다. 금리를 소폭 올리더라도 부동자금 환수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 콜금리 인상 때 주춤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곧바로 급증했는데,지금 콜금리를 0.25-0.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부동자금 환수효과는 지극히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경기는 물론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 또한 적지않을 것이다. 8월말 현재 전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3백80조원인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금융기관의 돈줄 죄기로 이어질 것이고,연체자와 신용불량자의 양산으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은이 검토중인 총액대출한도 축소도 즉각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을 어렵게 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이 경기회복에 기여했지만 자금의 단기화를 부추기는 부작용 또한 컸다는 점에서 소폭의 금리인상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통화관리는 어느 일면만 강조돼선 안된다. 무엇보다 경기지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실물경제의 활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탄력적이고 신축적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