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식장에선 정 의원 못지 않게 부인 김영명(金寧明.46) 여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김 여사가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 날이기도 하지만 40대 후반 같지 않은 미모도한 요인이었다는 게 당시 참석자들의 얘기다. 정 의원 측근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김 여사가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여사는 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등으로 바쁜 정 의원을 대신해 지역구(울산 동구)를 사실상 관리해 왔기 때문에 이미 상당기간 '정치수업'을 한 셈이다. 정 의원의 지구당 관계자는 18일 "차분하고 겸손한 성격에, 이웃들을 잘 돌봐 지역구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외국생활을 오래해 우리 말로 연설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써준 것을 읽을 뿐인데도 사람들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유치운동 때와 92년 대선때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현장에서 보좌했고, 월드컵유치 때도 정 의원을 도와 FIFA위원 부인들과 활발히 접촉,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의 세련된 국제감각은 아버지인 김동조 전 외무장관에서 비롯됐다. 혜화초등학교 3학년 때 김 전 장관이 초대 주일대사로 부임하면서 일본에서 3년을 산 데 이어 미국에서 17년을 살았다. 김 여사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이 다닌 미국 웨슬리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미술사를 부전공했다. 대학 재학중이던 78년 여름 정 의원의 넷째형 몽우씨의 부인 이행자씨의 소개로 당시 MIT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정 의원과 만나 1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김 여사는 "내 키가 170Cm가 넘어 키 큰 사람을 좋아하는데, 정 의원은 키가 커서 좋았다"며 "사람이 어질고 순박하고 착하고 심지도 굳어보였다"고 정 의원에 대한 첫 인상을 전했다. 그는 "78년 가을 정 의원이 웨슬리대 기숙사에 보내온 장미 꽃다발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라며 "당시 정 의원은 공부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활발하게 연애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정 의원과 결혼함으로써 그에게 상당한 '인맥(人脈)'을 보태줬다. 김 여사 친정식구 가운데 바로 위 언니인 영자씨의 남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회장은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최근 타계한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조카다. 허 회장은 지난 2000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사돈을 맺었다. 또 허정구 전 명예회장이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과의 인연으로 삼성물산과 제일제당 등 삼성 계열사 경영을 맡기도 해 정 의원은 LG뿐 아니라 삼성과도 간접적인 인연을 맺은 셈이다. 김 여사는 최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대선출마를 반대했던 이유에 대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도 아닌 데다 아이들 생각,가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 안해 볼 수 없었다"고 심적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김 여사는 "아빠가 뜻이 있으면 그 길을 가게 하는 게 아내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대선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