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연내 개성 갈수 있을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앞산 노을 질때까지/호미자루 벗을 삼아/화전밭 일구시고/흙에 살던 어머니…'
18일 오전 경의선 철도 연결공사 착공식이 열린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남방한계선 제2통문 앞.식전 행사로 펼쳐진 축하공연에서 가수 태진아씨가 부르는 '사모곡'을 듣던 실향민 김양순 할머니(75)는 어느새 눈시울을 적셨다.
50여년간 끊어졌던 경의선의 허리를 다시 잇는 착공식.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려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정부관계자와 외교 사절,실향민 등 어림잡아 1천여명에 달했다.
이들 중 실향민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 듯 했다.
당장이라도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고향땅을 밟을 것만 같은 생각에 마음은 한껏 설레었을 게 분명하다.
김 할머니처럼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거나 두 눈 지긋이 감고 손을 모은 채 무엇인가를 간구하는 실향민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죽지 못했어.지금이야 북에 계신 부모님 다 돌아가셨지.그래도 산소라도 찾아가 봐야 하잖아.기차가 다니게 되면 그걸 타고 내 고향 개성땅을 꼭 밟을거야." 김 할머니는 눈물로 따가워진 눈을 이따금씩 손으로 비벼대면서도 시선을 철책선 너머로 고정시켰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통일열차'로 이름 붙여진 모형열차가 통문 바로 앞까지 놓여진 철길을 따라 시험운행한 것.'쾅'하는 폭음과 함께 통문이 열리자 김 할머니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입가에 얇은 미소를 지었다.
통문 앞에서 남과 북의 어린이가 만나 포옹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지고 모형열차가 움직이자 김 할머니의 모은 두 손엔 힘이 들어갔다.
"공사는 언제 끝난대요." 김 할머니가 옆에 앉은 한 할아버지에게 넌지시 물었다.
할아버지는 "올 연말이면 된다고도 하는데…열차가 언제부터 다닐지는 더 두고 봐야 되겠지요"라고 대답했다.
"아니요.
길만 뚫리면 차는 다니는 거지.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차 타고 고향 갈 날 올 거요.
꼭 그렇게 돼야지."
김 할머니는 확신에 찬 혼잣말로 받아 넘기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