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이 17일 현대중공업 보유지분을 '금융기관 신탁' 방식으로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률과 기업, 시장을 두루 감안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주요 공직자의 특정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는 제도로 미국에는 '블라인드트러스트(Blind Trust)'가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돼 있지 않은 만큼 가장 유사한 '신탁업법상 신탁' 제도를 활용키로 한 것이다. 블라인드 트러스트는 보유주식을 아예 매각하거나 공직자 본인이 확인하거나 관여할 수도 없는 펀드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보유지분을 금융기관에 신탁하면 의결권 등 주주의 모든 권한을 수탁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수탁기관이 주식의 보유자가 된다. 정 의원은 당초 매각이나 기부가 보유지분을 가장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검토했으나 여러가지 걸림돌이 지적돼 신탁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 경영권이 국내외 제3자의 영향 아래 들어갈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후 국내 대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란 세계최대의 조선기업이 외국인의 지배하에 넘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보유지분이 전체 물량의 11%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어서 적절한 매수자가 있을지도 의문이고 자칫하면 증권시장에 매물압박을 가중시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기부 방식의 경우 공익재단이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재산을 보유하게 되고, 공익재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기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돼있는 현행법에도 저촉될 뿐 아니라 설령 출연이 허용되더라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모양내기란 빈축을 살 수 있다는 등의 우려 때문에 제외됐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