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의 신노사문화는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빛을 발했다. 동아건설에 대해 지급보증(7천8백억원)을 선 탓에 지난 2000년 2백5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도 재산보전처분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던 대한통운. 자포자기에 빠져 있던 직원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노사가 함나로 뭉치면 일어설 수 있다'는 노사상생의 신념이었다. 설비 자동화나 기계화가 경쟁력인 일반 회사들과 달리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엔 인적 자원이 성장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1999년 취임한 곽영욱 대표가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그래서 사람경영. 그는 우선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제도를 시행했다. 전국 40개 지사장을 해당지역 출신의 인물로 기용했다. 또 통상 임원급이 발령받는 지사장 자리에 부장급 인사를 앉힐 만큼 파격적이고 과감한 인사도 단행했다.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직원들에게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곽 대표는 당시 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사 투명성' '스피드경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무 및 사업구조조정을 인력구조조정보다 우선적으로 시행했다. 고금리 상환 등 금융비용 절감효과는 인력구조조정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져 왔으며 이는 '신노사문화 정착'의 서막을 열게 했다. 일시적인 인력구조조정은 노사간 괴리감을 깊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적자 및 저수익 사업과 해당 현장의 철수에 따른 인력감축 및 자연감소로 인한 인원감축만을 시행한 것. 또 매분기 경영실적 및 경영현안을 전 직원이 공유했고 정기이사회에 노조위원장을 참석시킨 것은 물론 회의내용 또한 사내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또한 지난 2000년 10월에는 동아건설의 지급보증 협상 등으로 어려워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곽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개인재산을 담보로 신규자금 차입을 추진하자 노조위원장도 이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회사 부도 이후인 2001년에는 무쟁의선언, 임금동결, 상여금 및 복지비 반납을 자처했고 노와 사간의 신뢰가 무르익어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올해까지 3회 연속 선정됐다. 이같은 신노사문화 전개는 올 상반기 5천3백77억원의 매출과 3백6억원의 경상이익이라는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