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곳곳에 초고층 주상복합빌딩과 오피스텔 건축이 붐을 이루면서 주변지역의 상습적인 교통체증, '콩나물교실' 재현 등 각종 도시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신축중인 주상복합 등은 높이가 최고 69층에 달하는 초대형인데다 여러 채가 한꺼번에 들어서기 때문에 사실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새로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학교 도로 등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아 입주가 시작되면 주거환경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초고층 주상복합 타운'으로 변모중인 양천구 목동 일대. 국내 최고층인 69층짜리 현대하이페리온(8백62가구)과 삼성쉐르빌(39층.4백82가구),동양파라곤(36층.7백가구)이 건립중이다. 20여층짜리까지 포함하면 신축 건물은 10여개나 된다. 올해말부터 2년에 걸쳐 4천여가구가 입주한다. 반면 학교 신설 계획은 하나도 없어 '학교부족' 사태가 예상된다. 인근 목동초등학교의 경우 현재 37명인 학급당 학생수가 2년 후에는 50명에 달할 것이란게 관할 강서교육청의 설명이다. 강서교육청은 30학급짜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최소한 1개 이상씩 지어야 교육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보지만 학교 부지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 교통난도 불 보듯 뻔하다. 이 일대는 최근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목동CGV영화관이 개장해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는 정체 현상이 극심한 곳. 게다가 서울시 교통영향평가에 따르면 '하이페리온 입주효과'만으로도 오는 2005년 이 일대 차량통행속도는 시간당 최고 5㎞ 정도 더 떨어진다. 양천구는 이에 따라 최근 학교 부지 확보와 오피스텔 건축 기준 강화를 추진키로 했지만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양천구 도시지적과 이민래 과장은 "상업용지에 '주거용'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도시계획의 기본틀이 훼손된게 문제"라면서도 "법적으론 허가를 안 내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강남구 도곡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9층짜리 삼성타워팰리스 3천여가구의 입주가 오는 10월부터 시작된다. 주변엔 이미 대림아크로빌 우성캐릭터빌 현대비전21 등 30∼40층짜리 주상복합이 즐비하다. 광진구 자양동, 용산구 한강로, 송파구 잠실동 등에서도 30∼60층짜리 주상복합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희윤 도시계획설계연구부장은 "주상복합은 당초 도심 한복판에 주거공간을 확보해 '도심 공동화'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요즘은 주택가 주변에 난립하면서 주거환경을 해치고 있다"며 "주상복합의 주거부문 비율을 낮추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