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겁니다. 미술시간에 옆 반 선생님이 저희반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희들은 저 나뭇잎이 무슨색이라 생각하니?" 당연히 저희는 초록색이라 말했죠. 그러나 그 선생님은 초록색이 아니라더군요. "저 나뭇잎은 때에 따라 색깔이 다르단다. 해가 비칠 때,날이 흐릴 때, 어둠이 내릴 때 색이 변하는 걸 생각해 봐라. 무지개도 일곱색이 아니야." 세월이 흘러도 이 말씀이 두고두고 생각 나더라구요. 지금 그 선생님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요. 담임선생님이 편찮으셔서 미술 수업에 잠시 대타로 들어오셨기에 모습만 희미하게 떠오를 뿐입니다. 결국 그 선생님이 주신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열린 시선을 가지란 뜻이었죠. 어떤 사물이든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선을요. 더 나아가 틀에 박힌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늘 마음을 열어 변화하는 방식을 받아들일 때 나의 성장이 있고, 그 속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다양한 시선이 모여 비로소 세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요. 제가 요즘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강의하다 보니 훌륭한 스승상에 대한 생각이 많아집니다. 우선 가르치는 방법에서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학과 수업만 가르친 선생님은 거의 생각나지 않아요. 교과서 밖의 얘길 통해 인생의 깊은 의미를 전해준 선생님이 잊혀지지 않는 건 왜일까요? 결국 학과 공부도 한 사람이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양식이며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살펴보기 위함인데, 우리의 입시교육은 그걸 놓치는 건 아닌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마다 숨겨진 재능과 감성을 일깨우고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선생님 상이 제게 중요합니다. 제 스스로 권위적인 사람을 견디지 못해선지 학생들을 '친구'라고 생각한답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르니까 부모님과 형제들도 다 소중한 친구가 되어 있더라구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시선을 인정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권위 의식으로 너무 획일화되는게 아닐까 염려됩니다. 그 와중에 젊은 세대들이 가진 자유분방한 의식을 통해 저는 배우는 사람만큼 가르치는 사람도 많이 배울 수 있음에 고마워한답니다. 세상의 종교분쟁이나 모든 갈등은 다양한 시선이 존재함을 제대로 못받아들여서 생긴게 아닐까요. 9.11 테러와 미국의 대응방식도 그것이 원인이고, 극단의 모습이라 봅니다. < malrina@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