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재고량이 '위험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증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수요가 급증하는 올 겨울에는 국제유가의 폭등이 우려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월간 석유보고서를 발표,"미국의 8월 중 상업용 석유재고가 하한선인 3억배럴 아래로 떨어졌으며,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원유재고량도 전달보다 2천1백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석유재고량이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이 폭등했던 1999년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9년 초 유가가 배럴당 8달러선까지 떨어지자 OPEC이 감산을 결정,2000년 9월에는 37달러선까지 급등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재고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설로 인해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인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라크 등 OPEC 회원국들은 지난달 이후 하루 평균 25만배럴씩 산유량을 줄이고 있으며 비OPEC회원국들도 하루에 37만배럴씩 감산하고 있다. 특히 북해 유전지역에서는 석유시추설비 보수작업이 겹쳐 하루 생산량이 51만배럴 감소한 상태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지난해 12월 이후 뉴욕시장의 경우 47%,런던시장은 43% 각각 급등했다. 이코노미닷컴의 소튼 피셔 이코노미스트는 "OPEC 회원국 사이에 증산여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유가는 불안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 전망하고 "이는 가뜩이나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IEA의 이같은 분석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제에너지연구소(CGES)의 레오 드롤러스 수석연구원은 "IEA가 4분기 석유수요를 정확한 근거없이 과장해 계산했다"며 "이는 OPEC에 증산을 촉구하는 일종의 '정치적 압력'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