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11일 발표한 '2000년 외국인 투자기업 경영실태' 조사 결과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영향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공격적인 한국 기업 인수와 신규 진출 등을 통해 기반을 다진 외국계 기업들이 생산 고용 수출 등 주요 부문에 걸쳐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해 가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이 보여준 빼어난 경영성과와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국내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에 진출한 외투기업의 경영상황을 전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분석 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경제기관에서 공식 통계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국내 경제 기여도 커졌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업종별로 보면 의약이 30.5%로 가장 크며 석유정제도 29.4%나 됐다. 전기.전자(17.9%) 제지.목재(14.8%) 기계(14.6%) 등도 해당 업종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기업의 총 고용 인원은 19만3천명으로 제조업 전체(2백65만3천명)의 7.3%에 불과하지만 1인당 매출액이 국내 기업의 2배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석유정제(30.6%) 의약(22.0%) 전기.전자(14.4%) 운송장비(11.6%) 기계(8.6%) 등의 고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 압도적인 경영성과 2000년중 외국계 제조업계는 매출액 대비 평균 1.18% 순이익을 낸데 비해 국내 제조업계는 평균 1.97% 순손실을 입었다. 외국계 기업은 의료.정밀.화학기기(7.82%) 화합물.화학제품(6.54%) 기계.장비(4.88%) 등에서 한국 기업(0.43∼2.52%)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 반면 사무기계.컴퓨터(3.70%) 전자기기.통신장비(4.61)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에선 경쟁력이 높은 국내 기업(5.26∼6.29%)에 밀렸다. 투자국별로는 미국계 기업(4.99%)이 알짜 수익을 올린 반면 유럽계(-0.42%)와 일본계(-0.56%)는 다소 밑지는 장사를 했다. 한편 외국계 비제조업체는 부동산.임대.사업서비스(-9.16%)와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2.03%) 업종의 부진으로 평균 1.02%의 적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구조에서도 풍부한 내부 자금을 가진 외국계 제조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을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 수출에서도 '효자' 노릇 외국계 기업의 2000년중 수출 규모는 2백27억3천9백만달러로 전체 수출액(1천7백26억2천1백만달러)의 13.2%, 수입 규모는 2백22억6백만달러로 전체(1천6백4억9천2백만달러)의 13.8%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수출입차)는 5억3천5백만달러 흑자를 냈다. 원유 수입 비중이 큰 석유정제를 빼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47억5천8백만달러로 훨씬 더 불어난다. 업종별 수출규모는 전기.전자가 99억4천3백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화공(31억5천7백만달러) 석유정제(26억8천9백만달러) 운송장비(26억4천2백만달러) 기계(17억7천7백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장윤종 부원장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33.3%로 미국(10.6%) 일본(24.6%) 등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들보다 훨씬 높다"며 "한국을 제3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고 분석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