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의 그림 값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인기작가가 작고한 후에는 작품값이 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매에 나왔던 운보의 그림은 작고전 낙찰가와 작고후 낙찰가에 별 차이가 없다. 2000년 하반기에 열린 경매에서 20호크기의 '바보산수' 낙찰가는 1천만원이었다. 작고이후인 지난해 하반기 경매에서 같은 크기의 '청록산수'는 9백30만원에 낙찰됐다. '바보산수'가 '청록산수'보다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가격 변화는 없는 셈이다. 변동이 없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그의 작품세계는 작고전에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50년대에 그린 '예수생애'시리즈,영모절지,바보산수,청록산수 등 대표작들은 90년 이전에 완성됐다. 둘째 운보는 다작(多作)을 남긴 작가라는 점이다. 그는 생전에 1만점 이상의 작품을 남긴데다 전통화 산수화 도자기 삽화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했다. 다양한 작품을 수없이 많이 남겼으니 작품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거래된 그의 작품 28점중 대작인 '해금강 일출'은 7천만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소품이긴 하지만 2백만∼3백만원대에 거래된 작품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60점에 달하는 작품이 대거 출품된 이번 경매는 그의 그림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