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유동성 장세에 관한 논란이 한창이다. 시중을 떠도는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투기 대책 등을 피해 증시로 유입되면서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와 최근 저가 대중주의 강세에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 장세 수준은 일단 ‘유사 유동성 장세’나 ‘유동성 기대감 장세’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몇몇 징후가 감지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를 뒷받침할 만한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 증시가 현상을 앞서 반영하듯 기대감이 현실을 이끌어낼지 여부에 주목하되 단기적으로는 악화된 해외여건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우선할 시기로 보인다. ‘유동성 랠리’는 해외증시 안정과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라는 전제를 밑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해외증시 불안을 따라 추가 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해외악재가 국내증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재료인 점을 감안해 조정 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 해외요인 악화 = 해외증시가 다시 급랭 전선에 휩쓸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일본 닛케이225주가가 엿새 연속 하락하며 지난 1983년 9월 이래 19년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채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부양을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도쿄시 지사가 140억달러에 달하는 도 운영자금의 예치를 미즈호홀딩스를 비롯한 일본은행에서 시티그룹 등 외국계 은행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금융주가 급락, 약세를 부채질했다. 일본증시 등락은 국내증시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닛케이지수 하락은 일본 내의 요인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에서는 제3위 장거리 운송업체인 '콘솔리데이티드 프레이트웨이즈'(CF)가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직원의 80%인 1만5,000명을 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증시가 경제지표보다 개별기업 실적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형업체의 부도 소식은 국내외 증시의 투자심리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관리기구(ISM)의 8월 제조업지수는 시장 예상치를 믿도는 수준에 그쳐 실망감을 더했다.ISM지수가 전달 50.5보다 높은 51.8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50.5에 그쳐 이중침체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 주도주 부재, 길목지키기 = 최근 강세를 주도한 통신주와 은행, 증권, 건설 등 대중주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시장에서는 이들 종목의 기술적 반등이 마무리됐다는 의견과 숨고르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갈리고 있다. 어느 쪽이든 추세를 형성하고 지수를 끌어올릴 만한 주도주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또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정도로 강력한 모멘텀을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목별 접근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이 좁은 등락을 거쳐 방향성을 드러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탄력과 재료가 살아있는 증권, 은행, 건설 등 대중주에 대해서 조정 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면서 길목지키기에 능한 순발력을 갖추고 있다면 반도체주, 낙폭과대주, 코스닥종목 등으로 순환매에 대비한 단기 대응이 가능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증권은 올해 코스닥시장에 신규 등록한 종목으로 빠른 순환매 장세에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내용이 견실하고 해당 업황의 성장성이 돋보이는 종목을 새롭게 시작되는 상승장에서 1차적인 매수대상으로 삼으라는 견해다. 현대증권은 안정성 및 성장성이 동시에 부각되는 코스닥종목으로 한들시스템, 한빛소프트, 피앤텔, 이레전자, 코미코, 아가방, 야호, 서울반도체, 코스맥스, 인탑스, 잉크테크, 한통데이타, 이랜텍, 알에프텍, 유펄스, KH바텍, 지어소프트, 오브제, 백산OPC, 콜린스 등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