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경상수지.' 매년 여름마다 경상수지가 나빠지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과 유학비 송금이 많은 8월은 해마다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월별 경상수지를 비교한 결과,매년 8월의 경상수지가 월평균 경상수지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엔 월평균치보다 흑자폭이 크게 밑돌거나 아예 적자를 냈다는 얘기다. 경상수지가 연간 86억달러 흑자를 낸 지난해에는 오직 8월에만 1억4천3백만달러 적자였다. 유독 8월에 경상수지가 나빠지는 근본 원인은 여행수지의 적자다. 이병두 한은 국제수지통계팀 과장은 "8월은 여름휴가철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어나는 달인 데다 근래 들어선 9월에 시작되는 미국 신학기에 맞춰 8월에 출국하는 사람도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최근 경상수지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어린 자녀를 유학 보내고 부모 중 한 사람이 따라가는 유학열풍은 국가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관광 교육 등 한국 경제의 취약 포인트가 8월 '외환거래 성적표'(국제수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올해는 지난 7월 흑자가 고작 3천만달러에 그친 데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일로라는 점을 감안할 때 8월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때문에 한은은 올 하반기(7∼12월) 경상수지 흑자가 5억달러(연간 4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 비해 해외에 나간 한국인의 씀씀이가 훨씬 헤프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광 교육 의료 컨설팅 등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져 수출로 벌어들인 돈(상품수지)이 서비스부문(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에서 새나가는 구조는 한 두 해 사이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여름철 경상수지 악화를 막으려면 중장기적으로 서비스 각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뿐이란 지적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