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전투기 3대와 적군전투기 3대가 공중전을 벌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전투기의 성능과 조종사의 전투능력은 쌍방 비슷하다. 이 경우엔 아군의 피해와 적군의 손실의 거의 같아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아군전투기 5대와 적군전투기 3대가 전투를 벌이는 경우엔 어떻게 될까.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적기는 모두 격추되고 아군전투기만 2대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아군전투기는 예상외로 2대가 아니라 4대가 된다. 왜 그럴까. 이는 조종사 개개인의 역량이 누적적인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규명해 낸 사람이 F W 란체스터(1868∼1946)이다. 영국 왕립과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항공기 자동차 음악 시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엔지니어였다. 란체스터가 정립한 이론은 뒤에 '군사작전 연구(Operation Research)'로 발전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전략수립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란체스터의 법칙'(이영직 지음,청년정신,9천원)은 전쟁이나 다름없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들이 어떤 전략과 전술,마케팅이 필요한지를 제시한 책이다. 미국의 경영귀재 아이아코카의 성공담,동산유지의 실패사례,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최강 중국을 상대로 성공한 한국여자팀의 전략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란체스터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싸움은 강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약자가 강자와 동일한 장소,동일한 무기,동일한 방법으로 정면대결을 벌였을 경우에 국한된다. 적이 강할 경우 둘로 나누거나 적의 약한 고리에 병력을 집중시키면 약자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란체스터는 지적한다. 1805년 영국의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프랑스-스페인의 연합함대를 격파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당시 작전을 고심하던 넬슨 제독은 적의 함대가 이질적인 두 나라로 구성된 것을 간파하고 먼저 적진을 둘로 나눈 다음 적 하나에 전력을 집중해 격파한 다음 나머지도 무찔러 버렸다. 결론적으로 상품판매든 고객관리든 확실한 하나의 '넘버원'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며 마케팅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