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稅收에만 급급한 세제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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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적용될 올해 세법 개정안은 소득세제를 그대로 둔채 조세감면을 대폭 축소하고 상속·증여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세금을 더 거두는데 주안점을 둔 개편안인 셈이다.
재정경제부 추계로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8천3백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납세자인 국민,특히 봉급생활자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적자규모가 크게 늘어 건전성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재정사정을 고려해 볼 때 전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고 탓할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남발되고 있는 각종 감면제도가 조세체계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폭 축소하려는 것은 세제 정상화란 측면에서도 지향해야 할 목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재정운용의 지상목표가 적자를 줄여 건전한 구조를 만드는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당면한 경제현실과 조화를 이루면서 소득수준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감면폐지 대상이나 한도축소 등은 좀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는데도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물론 연구개발 설비투자에 대해서까지 공제한도를 10%에서 7%로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다.
금리가 떨어져 당연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적용시기를 늦추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다.
또 근로자우대저축과 고수익·고위험 신탁저축 등 대부분의 비과세 금융상품을 없애고,장기증권저축 세액공제제도도 폐지키로 했지만 그로 인한 저축유인 약화,증시자금의 이탈 등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유자금이 금융권을 떠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
소비 아니면 부동산이다.
가뜩이나 부동산투기 조짐이 뚜렷해 지고 있는 판에 금융상품에 대한 조세감면을 축소하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일인지 좀더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변칙적인 상속 및 증여를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증여의제(贈與擬制)의 확대 적용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보화 진전 등으로 금융거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상속·증여세 회피수단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발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나아가 금융거래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적게 거두더라도 예산의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