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영국 두 곳에서 각각 어린 10대 소녀 두 명씩이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일어나 양국 사회를 발칵 뒤집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종된 미란다 개디스(13)와 애슐리 폰드(13)의 행방을 추적해온 미국 오리건주 오리건 시티 수사당국은 지난 19일 워드 위버(39)라는 이웃 남자의 집 마당에서 애슐리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굴해낸지 5일만인 24일 위버의 집 뒤 헛간에서 미란다의 사체도 찾아냈다. 위버의 딸의 친구인 두 소녀가 지난 1월 실종된 뒤 전국에 소녀들의 사진을 배포하는 등 정보를 수집해온 경찰은 위버가 지난 겨울 한 밤중에 뒷마당에 욕조를 묻고 시멘트로 발라 버렸다는 그의 전처의 증언에 따라 지난 19일 콘크리트 슬라브를 뜯어내고 한 소녀의 유해를 찾아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 소녀의 유해를 법의학 실험실로 보내 신원확인을 의뢰했으나 24일 발견된 사체의 주인공이 미란다로 밝혀지면서 시멘트 속의 소녀는 애슐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버는 지난 13일 이들 소녀 실종사건과는 관계없이 아들(19)의 여자친구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분격한 아들로부터 아버지가 두 소녀를 살해했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아들의 주장에 뒤이어 이웃 주민들도 지난 겨울 위버가 마당을 시멘트로 발라버렸다며 이를 뜯어 볼 것을 경찰에 촉구했고 위버의 전처는 문제의 부위에 "나를 파 내 줘요"라는 쪽지를 붙이기까지 했다. 위버의 아버지 역시 한 여자를 살해해 자기 집 마당에 묻은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한편 영국에서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모습이 인쇄된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실종됐던 10살짜리 소녀 두 명의 사체가 발견됐다. 잉글랜드 케임브리지셔의 소햄에 사는 단짝친구 홀리 웰스와 제시카 채프먼은 실종 2주만인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돼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이 다닌 세인트 앤드루스 초등학교의 관리인이었던 이언 헌틀리(28)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이들의 추모식이 거행된 25일 세인트 앤드루스 교회에는 애도의 꽃다발과 추도사가 쇄도했으며 이날 영국 전역에서 열린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1분간의 묵념이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님 기자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