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토크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TV의 토크쇼 사회자로 나설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CBS측과 연간 3천만∼5천만달러(약 3백60억∼6백억원)에 협상중이라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인 데다 미디어에 대한 감각도 있고 섹소폰 연주도 하는 만큼 성사만 되면 시청률은 보장되리라는 게 교섭 이유인 모양이다.
미국에선 실제 토크쇼가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네모난 뿔테안경과 멜빵바지의 래리 킹(68)이 17년째 진행하는 시사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CNN)의 시청자는 1천3백만명에 달한다.
덕분에 래리 킹은 최근 빌 오레일리가 이끄는 '더 오레일리 팩터'(폭스뉴스)에 시청률이 뒤지는 데도 연초 연봉 7백만달러(주식과 성과급을 포함하면 3배 이상)에 4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연예토크쇼의 인기 또한 뉴스프로그램을 능가한다.
지난 3월엔 ABC가 경쟁사인 CBS의 데이비드 레터맨을 스카웃, 간판 뉴스인 '나이트 라인'을 폐지하고 연예토크쇼인 '레이트 쇼'를 편성하려 들었을 정도다.
레이트쇼는 평균 시청자만 5백50만명으로 30초당 광고료가 4만∼5만달러지만 나이트라인은 3만달러밖에 안된다는 이유였다.
'레이트 쇼'나 자니 카슨(1960~92)에 이어 제이 리노가 맡고 있는 '투나잇쇼'(NBC), '오프라 윈프리쇼'(ABC)에서 15분만 방송되면 누구나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시사와 연예 토크쇼가 공존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의 토크쇼는 거의 연예토크쇼다.
내용 또한 연예인을 무더기로 출연시켜 잡담을 나누거나 음반 영화 드라마 홍보에 그치는 수가 많다.
KBS '서세원쇼'의 경우 출연자 비하,저질 언어,과도한 홍보 등을 이유로 폐지운동까지 벌어졌다.
물론 국내 방송엔 소재 제약이 많고 토크쇼의 농담이나 풍자의 한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출연자와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기본이다.
클린턴이 과연 토크쇼 사회자가 될 지도 관심거리지만 국내 토크쇼가 언제쯤 말장난이나 잡담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의 궁금증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함께 해소시켜 주게 될 지가 더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