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통령의 동정보다 12월 대선 예상후보들의 동정이 크게 취급되기 시작했다. 약 반년 남은 정부 말기이기에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진행되고 있는 일이나 잘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도 한다. 사실 지금 새로운 사업 계획을 수립해 임기 전에 가시적으로 완료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허덕댔고,노태우 정부 말기에는 소위 '후계자 선정'이라는 정치 게임 때문에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 말기 마지막 6개월은 신정부 6개월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것은 국정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리를 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즉 다음 정부 5년 간에도 계속 이어져 나갈 장기적 설계를 해주고,이를 다음 정부에서도 무리 없이 수용해 물 흐르듯 좋은 정책의 인수인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발표하면서 '신(新)'자나 '새'자가 춤을 춘다. 어떤 정부에서는 '신경제' 운운하면서 '신'자는 굳이 한문으로 쓰고 '경제'자는 한글을 써 새롭다는 것을 강조하는 기교를 부린 적도 있다. 우리 경제는 아직도 '미완의 개혁 상태'이기는 하지만 기업부문에서는 수출이 세계 12위고,세계 1등 상품도 2백개가 넘는다. 또 동업종 세계 1위 이익 창출과 세계 최대 생산성을 자랑하는 간판기업들도 있는 비교적 성숙된 경제체제다. 이 단계의 경제정책 핵심은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고 양호한 경제활동 여건만 조성해주는 데 있다. 선진국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경제정책 변화는 대체로 정부지출 규모나 감세규모가 바뀌는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6개월 동안 할 일은 무슨 건설사업이니 기업대책이니 하는 것보다는 국가 백년대계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임기 말에 무슨 장기정책이냐 하겠지만,이때야말로 정치적 풍향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정책을 수립할 적기다. 국가 백년대계의 핵심은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특히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우리 산업과 경제의 불을 지펴나갈 기술인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최근 이공계의 인기가 떨어지고 이공계대 지원자가 격감하는 것은 IMF 외환위기 때 기업들이 돈만 들어가고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R&D조직과 인력을 제일 먼저,가장 많이 축소하고 이에 대해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에 기인한다.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이후에는 주력산업의 기술인력이 매년 1만8천명 부족하다고 한다. 월드컵 4강 이후 경제 사회 각 부문이 한껏 들떠 있고,모두들 장밋빛 그림을 그리기에 바쁘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5년 후에 먹고 살아갈 산업의 밑그림이 아직 안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쟁력 원천이었던 노동력과 생산성 및 생산기술 면에서의 강점은 중국 동남아국가로 가버렸다. 우리의 새로운 경쟁력은 신기술로 무장된 우수한 기술인력에서 확보해야 한다.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해 중장기계획의 청사진을 마련해 전 국민적인 기술드라이브를 다시 시작하고,우수인력에 대한 장학금 지원,해외연수 등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도 설계 한번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어 기업에 취업하더라도 몇천만원이 드는 재교육이 필요한 현실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산·학이 연계될 수 있도록 교과목 편성이나 학점인정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또 초·중·고교생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공계를 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공계를 졸업한 학생들이 정부나 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우대받고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모든 지혜를 짜내야 한다. 정부 말기라 하더라도 '기술 인력 양성 원년의 해'로 생각해 각계 의견을 수렴,인력 양성계획을 마련하고 또 이러한 계획들은 다음 정부에서 더욱 발전되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에서 이겨나갈 전사가 대량 양성되기를 기대한다. hecho@kotef.or.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