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감원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신경제'를 이끌었던 첨단 IT(정보기술)업체와 9·11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서 시작된 감원이 최근에는 금융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감원은 월드컴(통신),루슨트테크놀로지(통신장비),인텔(반도체),IBM(컴퓨터),아메리칸항공(항공),GE(발전),메릴린치(증권) 등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파산보호신청을 한 장거리 전화회사 월드컴은 최근 전직원의 20%인 1만7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혀 거세지고 있는 해고바람의 진원지가 됐다.


미국 최대 전화장비 메이커인 루슨트테크놀로지도 업계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루슨트는 9분기 연속 손실규모가 2백50억달러에 달했고 당초 9월까지 5만2천명의 종업원을 줄이려던 계획에 최근 7천명이 추가됐다.


나스닥의 간판 주자인 인텔도 실적부진으로 감원카드를 빼들었다.


인텔측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이 지난해 동기대비 30% 정도 줄어들자 하반기 중 전체직원의 5%인 4천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컴퓨터업계의 거인 IBM은 지난 14일 전체직원의 5%에 해당하는 1만5천6백13명을 9월 이내에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뮤얼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는 "IBM이 10년 사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발전기 사업부문은 사업부 직원의 7%에 해당하는 2만5천명을 정리해고키로 했다.


미국 1위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항공(AA)은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7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단행한 20%의 인력감축에 이어 추가감원을 계획 중이다.


대량해고가 줄을 이으면서 미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소비심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문가들은 해고바람이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취업 알선회사 '챌린저그레이앤 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CEO는 "최근 감원사태는 실적 부진과 함께 회계비리의혹,불투명한 경기전망 등 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이상 감원바람이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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