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들이 주가지수 700 이하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차익거래 매도물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은행과 보험권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틀째 순매수에 나섰다. 국내증시가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는데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상승여력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일시적 반등을 노린 단기매수세와 중기적인 매집세력이 섞여 있다는 얘기다. 투신권의 매수여력은 바닥이 난 상태고 외국인도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상승추세로 완연히 되돌아 서기 위해선 정보통신부 국민연금 등 대규모 기관성 자금 유입이라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가격은 싸다 =기관의 저가매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지수 700 이하가 기업의 수익구조와 경제의 펀더멘털상 싼 가격대라고 인식되기 때문(SK투신운용 장동헌 본부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대표는 "660에서 의미있는 바닥을 형성했기 때문에 추가하락으로 인한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이는 지수가 70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기관들은 주식편입비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보수적이라는 보험 은행권에서 선물 매도헤지를 많이 풀고 있는 것은 가격대에 대한 매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KT의 외국인 지분한도가 확대됨에 따라 대형주의 하락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 상승여력에 대해서는 이견 =이날 주가는 700선에서의 매매공방을 연출했다. 장 초반 20포인트 이상 오르며 705까지 올랐던 주가는 8백억원대에 달했던 기관 순매수가 3백98억원대로 줄면서 690선까지 밀린 채 마감됐다. 선물지수가 KOSPI200지수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이 나타나면서 차익거래가 매도우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지수 700 안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손 대표는 "이번 반등이 지수 800까지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주식편입비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 관건은 유동성 =당분간 경기지표나 기업실적 등에서 별다른 상승 모멘텀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상승 모멘텀을 유동성 공급에서 찾고 있다. 자금 고갈에 허덕이는 투신권에 정통부 연기금 등 대규모 기관성 자금이 유입되거나 현금비중이 늘어난 외국인들이 투자전략을 적극적으로 바꿔야 증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기성 자금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지난 5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 투입된 제2금융권의 1천억원도 채권혼합형으로 설정됐다. 각종 연기금도 안정성을 고려, 현 시점에선 채권혼합형 및 채권형펀드를 선호하고 있다는 게 투신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는 개인과 국내기관이 십시일반으로 주식을 사며 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며 "연기금 정통부 등 대규모 기관들이 시장에서 과감하게 주식을 사줘야 외풍에 의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진정되고 상승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