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박스권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6일 장중 기록한 연중 최저점인 660을 1차 지지선으로 삼아 반등한 뒤 조심스럽게 저항선 탐색에 나섰다. 증시는 통상 출렁임이 크게 나타나는 옵션만기일에도 종합지수의 일중 변동폭이 10포인트에 그칠 정도로 제한적인 장세가 전개되며 방향설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틀간의 상승으로 기술적 반등이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증시는 그러나 여전히 뉴욕증시와 외국인 매매에 의해 등락을 반복할 전망이다. 뉴욕증시가 진바닥을 타진하고 있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만기일 이후의 수급개선이 기대되지만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하고 있어 부담스럽다. 바닥이 확인된 뒤 ‘무릎’에서 대응한다는 시각을 유지하되 단기적으로는 공고해지고 있는 하방경직성과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 가능성을 감안해 통신주를 비롯한 지수관련주에 관심을 둘 시점이다. ◆ 삼성전자와 KT = 기술주를 대표하는 반도체와 통신주의 등락은 고스란히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움직임으로 직결된다.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또 그 이상으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KT가 긍정적인 재료를 들고 나와 주목된다. 우선주를 포함해 삼성전자와 KT의 시가총액 비중은 8일 현재 23.95%. 두 종목의 방향성이 종합지수를 1/4 가량 밀고 당기는 셈이다. 먼저 지난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기간은 3개월 가까이 남아있지만 ‘속전속결’로 승부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삼성전자는 사흘간 보통주 33만2,000주를 매수했다. 보통주 기준으로 당초 계획한 주식의 20%를 이미 취득한 것. 지난 7일 시가가 개장 전 신청한 취득가격보다 높아 자사주 매입이 여의치 않자 8일에는 아예 전날 종가보다 2.6% 높은 가격에 자사주 취득 신청을 내기도 했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이 외국인 매도와 맞물려 돌아가는 부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취득 이후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반등, 자사주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달 내내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가격과 규모에 눈을 떼지 말아야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과 더불어 KT의 외국인 보유지분한도 확대가 이번 달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KT의 외국인 보유한도가 오는 21일부터 기존 37.2%에서 49%로 확대돼 외국인은 약 3,700만주를 추가로 매수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외국인은 KT의 지분 한도를 모두 채우고 있다. 최근 KT, SK텔레콤, KTF 등 대형 통신주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놓고도 해외 통신주 약세와 수급부담에 따라 움츠러들었던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 매수세 유입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약보합권에서 머물던 KT는 외국인 보유한도확대 소식을 반기며 10% 이상 급반등세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 것. 아울러 KTF를 비롯한 통신주가 상승폭을 확대해 이 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했다. ◆ 단기 수급개선 기대 = 옵션만기일이 대량의 매물출회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지나가자 단기 수급개선 기대감이 일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수급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다. 8월물 옵션만기를 맞아 3,8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가 출회됐고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고는 연중 최저 수준인 3,000억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증권저축에 묶여있는 물량을 감안하면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프로그램 매도 부담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로 전환되는 등 여건이 조성되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오며 기술적 반등이 연장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다만 프로그램에 의한 수급개선은 근본적인 처방책이 아닐뿐더러 이후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매매와 더불어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감소한 점도 수급개선을 기대케 한다. 최근 증시 대기자금을 가늠하는 고객예탁금이 연중 최저 수준을 가리키고 있고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국내외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고 있어 외국인이 매수우위로 추세적인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당분간 매도기조가 이어진다는 것. 외국인은 그러나 매도로 일관하기보다는 뉴욕증시와 함께 매매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외국인은 뉴욕증시 안정과 더불어 코스닥시장에서 닷새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거래소시장 매도규모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연계된 매도분을 제외하면 크지 않았다. 뉴욕증시의 단기 방향을 결정지을 두 변수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적극적이고 추세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뉴욕증시는 오는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여부 결정과 14일 최고경영자(CEO)의 재무제표 확인 서명 마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더위가 압도하는 한여름날, 서늘한 빗줄기같은 호재가 하나둘씩 이어지면서 때아닌 크리스마스의 설레임을 기대해 볼 만한 시점이기도 하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