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마무리 '경제정책 조율사'로 지난달 21일 취임한 현정택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의 조용한 행보가 관가와 경제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1월 신설부처인 여성부의 초대 차관을 맡아 청와대(당시 기획조정비서관)를 떠난 뒤 18개월여 만에 복귀한 그는 역대 어느 경제수석들보다도 많은 '궂은 일'과 씨름해야 할 처지다. '한.중 마늘협상 파동'으로 중도하차한 한덕수 전 경제수석의 후임으로 갑작스럽게 임명된 것부터가 예사로울 수 없는 그의 '일복'을 짐작하게 한다. 대통령 임기가 7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여지는 없어보인다. 대신 전임 수석들이 남긴 숙제들을 뒤치다꺼리해야 할 운명이다. 그중에서도 주5일 근무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 수석은 "주5일 근무제 시행은 노.사.정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사안"이라며 "다만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재계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무리하게 주5일 근무제를 강행하려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몹시 불편해하는 눈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6대그룹 불공정거래 조사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걱정했다. "공정위 조사건은 이미 보고받았던 내용"이라며 "법에 따라 공시하도록 규정된 부분들중 특이한 것들에 대해 공정위가 자료를 요구한 것인데 당사자들은 조사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문제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마늘협상 파동 등 농업 현안에 대해서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칼로 무 베듯 처리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적절한 선에서 절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위원들의 잇단 사퇴로 기능이 마비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대해서는 "추호도 차질이 없게끔 하겠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서울은행과 대한생명 매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들 중에서는 드물게 '술'과 '골프'를 멀리하고 있다. 여성부 차관이던 지난해 11월에는 본지 '한경에세이'란에 '폭탄주를 왜 마시죠'라는 칼럼을 게재한 적도 있다. "저녁식사 이후 술자리가 많아질수록 비공식 문화가 지배하게 되고 결국 전문성을 갖췄더라도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게 안타까워 글을 썼다"고 말했다. 골프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말 이후 거의 중단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 성가대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바둑은 아마 5단 수준이지만 요즘은 바빠서 거의 두지 못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 1949년 경북 예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MIT MBA,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제학박사 행시 10회 주중대사관 참사관 재정경제원 국제협력관, 비서실장, 대외경제국장 주 OECD 대표부 경제공사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정책비서관 여성부 차관 (현) 청와대 경제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