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상해치사 피고인이 피해자의 죽기전 세마디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바람에 유죄가 인정됐다. 1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구욱서 부장판사)가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김모(28)씨는 지난 97년 5월19일 밤 10시께 부모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 모식당에서 무전취식한 이모(당시 36세)씨와 시비를 벌인 끝에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심하게 구토를 하는데다 사안도 경미해 훈방조치했다. 그러나 파출소를 나선 이씨는 다음날인 20일 새벽 1시께 근처 여관 앞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당일 오전 11시45분께 `복강내출혈'로 결국 숨졌다. 이씨의 사망으로 김씨는 이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재판과정에서 "김씨가 식당앞에서 이씨의 복부를 무릎으로 수차례에 걸쳐 가격했다"는 목격자 김모씨의 증언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숨진 이씨가 제3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구타당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 등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씨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사건을 재심리한 서울고법은 원심을 뒤집고 김씨에 대해 이날 유죄판결을 내렸다. 김씨의 유죄를 인정한 재판부는 "고통을 호소하며 말을 제대로 할수도 없었던 이씨가 죽기전 병원에서 `어디서 맞았느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남긴 `서부역' `중림동' `식당' 등 세마디는 김씨가 이씨를 때려 숨지게 한 증거 중 하나로 채택할 수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이씨를 구타했다고 진술한 목격자 김씨는 양 당사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우연히 찾게된 목격자"라며 "`목격시간이 엇갈린다'는 등의 이유로 목격자 김씨의 진술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