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로 지명된 장상(張裳)씨에 대한 국회인준이 31일 전격 부결되자 장씨를 전폭 지지했던 여성계는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 22일 영향력있는 여성지도자 300여명이 모여 지지 모임을 개최하는 등 각종 시비로 흔들리던 장씨를 엄호하고 나섰던 여성계는 이날 인준 부결이 믿기지 않는 듯 커다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회장 은방희)는 성명에서 "인사청문회가 총리서리의국정수행 능력과 국가관, 도덕관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보다는 마치 범죄자처럼 추궁하는 모습을 보인 데 유감을 표한다"며 "공직자로서 능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여성으로 이만큼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린 것은 유감스럽기 그지없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여협은 이어 "향후 어떤 지도자가 이번과 같은 청문회를 통과해 완벽하게 설 수있는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장씨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은방희 회장도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논평에서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에 관한 검증은 의혹만 제기됐을 뿐 결과적으로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는데도 인준이 부결돼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를 살리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여연은 "한나라당은 총체적 검증에는 관심이 없이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 의혹등 정치적 비난에만 초점을 맞추는 등 이번 인사청문회가 도덕성과 국정수행 능력모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즉각적인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당장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며 당황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첫 여성총리 등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여성부도 부결 소식을 접하고는 망연자실해했다.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국회 인준절차를 지켜본 한명숙(韓明淑) 장관은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으나 매우 침통한 표정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여성부 고위관계자는 "여성총리의 탄생으로 국민의정부 여성정책이 유종의 미를거두기를 원했는데 기대가 무산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 지명자나 여성계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는 '성찰론'도 흘러나왔다. 정강자 여성민우회 대표는 "장 지명자의 국정수행 능력 등을 믿어 첫 여성총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결론적으로 아쉽다"면서도 "결국 국민 설득에 실패한 결과"라고 평했다. 정 대표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주변에서 너무 흔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혹하게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여성계 인사는 "최근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에서 장 지명자의 자질에 문제를제기한데다 이틀간의 인사청문회에서 몇몇 의혹이 가중된 것이 부결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번 부결이 지지모임까지 연 여성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